일본 검찰이 지난달 6일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을 4일 특별배임 혐의로 다시 체포했다. 곤 전 닛산차 회장이 오는 11일 자신의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업계 관심이 쏠린다.
NHK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전 회장이 중동 오만의 판매 대리점에 지원된 닛산 자금의 일부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이날 오전 6시 이전 곤 전 회장의 도쿄도 내 거주지를 방문, 임의동행을 요구했으며 이후 조사를 거쳐 체포했다. 곤 전 회장이 체포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이 또다시 체포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서 검찰이 곤 전 회장의 거주지를 방문하고 1시간 뒤 곤 전 회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검찰 차량이 현장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됐다.
곤 전 회장은 지난 3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실을 말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오는 11일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에서 곤 전 회장이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검찰의 재체포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르노·닛산·미쓰비시차 3사 연합체를 이끌던 곤 전 회장은 2011~2015년 유가 증권보고서에 5년간의 소득 50억엔(약 500억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 등으로 작년 11월 19일 도쿄지검에 체포된 뒤 모든 직위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이후 특별배임 등 개인 비리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구속기소 된 뒤 도쿄구치소에서 구금됐다가 지난달 6일 10억엔(약 10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체포 108일 만에 풀려났다.
당시 법원은 일본 국내 주거 제한, 해외 방문 금지, 인터넷 사용 제한 등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보석을 인정했다.
검찰은 이후에도 중동 각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하며 닛산 최고경영자(CEO)의 예비비에서 중동의 대리점에 지출된 거액의 자금 흐름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 중 지난해까지 7년간 오만의 대리점에 지출된 38억엔(약 380억원)가량의 자금 일부가 곤 전 회장이 사용했던 유람용 보트 구입 자금 등에 충당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대리점은 곤 전 회장의 지인이 경영하는 곳으로, 그는 판촉비 명목으로 송금했지만 일부는 그가 실질적으로 보유하는 다른 기업으로 흘러들게 해 닛산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곤 전 회장 측은 지금까지 예비비에서 오만의 대리점에 지출된 자금에 대해 “닛산 부하의 요청으로 오랜 시간 지급해 온 정당한 장려금으로, 유람용 보트 구입이나 닛산과는 관계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르노는 오만의 대리점에 불투명한 지급이 있었다며 이를 프랑스 검찰당국에 통보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내부 조사에서 밝혀진 것으로, 역시 곤 전 회장이 관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르노는 오는 6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곤 전 회장이 이사직에서도 사임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곤 전 회장은 작년 11월 체포된 이후 퇴임 뒤 받을 보수를 유가증권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인에게 부정 지출한 회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추가로 받았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