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현실적 방안 도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바 '빅딜'보다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에 무게를 둔다.
양국 간 사전조율 작업이 마무리 되고 있는 가운데 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청신호가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확신한다고 밝혔고, 미국을 다녀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회담 결과를 토대로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고위당국자 사이에서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CVID)'를 요구하는 빅딜 보다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 자유아시아방송(RFA) 방송은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제시한 빅딜 방안이 비현실적이며, 현실적인 단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워싱턴 정가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은 CVID방식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현실적인 정책이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최근 “북한이 한 번에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환상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공통인식을 토대로 이번 한미 정상이 만나 북한에 제시할 공동의 비핵화 방안이 새롭게 도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1일 한미정상회담과 같은 날 열리는 북한 최고인민회의를 주시하겠다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의 장에 다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우리 측 협상 파트너인 김현종 2차장도 한미 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난 5일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과 정상 간의 의제 세팅을 논의했다”며 “대화는 아주 잘 됐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정상회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소 급하게 한미정상회담이 추진된 것에 비해 실무진 간 논의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주 북한 김정은 체제 2기 출범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를 전후로 당 대회나 행사가 예상되면서 북한에서 비핵화 관련 메시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모두 지켜본 뒤 북미 협상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한미정상회담 직후 대북특사를 파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다시금 끌어들일 방안이 한미 공동으로 도출한다면 바로 대북특사를 보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꽉 막힌 남북관계에 대한 돌파구도 한미 정상이 찾을 수 있다. 남북간 대화가 원활히 이뤄지면 남북정상회담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북미대화 촉진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만큼,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북미 양국이 다시금 비핵화 합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