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1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14조9159억원, 영업이익 899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호성적을 거뒀던 전년 동기보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11배나 뛰었다.
LG전자는 이날 사업본부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를 호실적을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꼽는다.
투자업계에서는 H&A 사업본부가 매출액 5조원 중반, 5000억∼6000억원대 초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 절반 이상을 H&A 사업본부가 벌어들인 셈이다. 매출액 4조9240억원, 영업이익 5530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를 상회할 전망이다.
H&A 선전에는 미세먼지 이슈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최악 미세먼지 사태로 공기청정기·건조기·스타일러와 같은 환경가전 판매량이 급증했다. 지난해 250만대 규모였던 공기청정기 시장은 올해 3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00만대를 돌파한 건조기 시장도 올해 200만대 규모로 커지면서 필수가전 반열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미세먼지 문제에 시장 규모가 커진 의류관리기와 공기청정 기능을 강화한 에어컨 판매량도 긍정적이다.
'LG 시그니처'를 앞세운 LG전자 프리미엄 가전 전략 역시 영업이익을 개선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는 3000억~4000억원대 영업이익이 냈을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1년 전인 작년 1분기 영업이익 5770억원보다는 주춤했지만 직전 분기(2090억원)보다는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프리미엄 TV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급증했고 스포츠 이벤트와 같은 호재가 없었던 것이 지난해 1분기 실적에 미치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진했던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 적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MC 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내며 16분기 연속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적자 폭을 줄여오다 지난해 4분기 3220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1분기 영업손실은 2000억원대 초반으로 손실 규모를 줄였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했고, 플래그십 신제품 G8 씽큐가 출격했지만 이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다는 게 투자업계 지적이다.
LG전자가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 중인 VC사업도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적자폭을 크게 줄인 것으로 보인다. 변동비와 고정비 부담으로 2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측된다. VC사업본부는 연내에 분기 기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잠정실적에 대해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스타일러), 의류건조기, 청소기 등 프리미엄 환경가전이 필수가전으로 부상하면서 H&A 사업본부 이익 증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HE 사업본부는 지난해 스포츠 이벤트로 인한 높은 기저와 비우호적인 환율 영향으로 이익이 감소하고, MC 사업본부는 여전히 업황이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