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인가?]<4> 게임장애, ADHD 등 공존질환 연구 필요하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의학과 교수
한덕현 중앙대 정신의학과 교수

'짐승뇌' 이론이 있다. 일본 모리 아키오 교수 저서 '게임뇌의 공포(2002)'에서 처음 소개됐다. 게임에 빠진 아이 뇌파가 급격히 변하면서 전두엽 발달이 늦어진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에서는 여성가족부 토론회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17년이 지난 지금 짐승뇌 이론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과학적 증명 및 근거 객관성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 결과가 나와 특정계층에 의해 사용되는 건 게임과 뇌 연구가 단면연구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13세에서 21세까지 800건에 달하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토대로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5년간 조사했다.

한 교수는 “연구자금이 부족하고 빨리 발표하고 싶은 조사자 야망 때문에 단면적인 연구가 대부분”이라며 “5년간 종적연구가 이뤄진 부분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라고 소개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공존 질환이다. 게임과몰입과 함께 다른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뜻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불안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과몰입군에서 뇌 해부학적 변화는 크게 없었다. 전두엽이 얇아져 있었고 기저핵 부분과 연결성이 강했다. 원래 그런 뇌인지 게임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 종적 추적을 해봤지만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일반군, 순수게임과몰입군, 게임과몰입+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군 변화. 5년 차에도 순수게임과몰입군만의 특별환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일반군, 순수게임과몰입군, 게임과몰입+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군 변화. 5년 차에도 순수게임과몰입군만의 특별환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자극에 의해 진행된 구조변화가 아니라 본래 취약성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과몰입이 진행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뇌 기능 연구에 돌입했다. 뇌 구조적 및 기능적 뇌자지공명 장치의 촬영에는 휴지상태 기능자기공명영상(resting-state fMRI)과 대뇌피질두께분석법(CTA)을 사용했다.

그 결과 모든 게임 이용자에서 게임과몰입 점수는 좌측 두정엽의 설전부, 중심전회와 정적 상관관계가 있었다. 설전부는 인지·판단·기억과 관련돼 있고 중심전회는 수의운동을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 우측 아래 두정엽 좌측 전두엽과는 부적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한 교수는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현출성신경망(salience network)이 예민하고 주의신경망(attention network)가 허술한 ADHD에서 흔히 보고되는 소견”이라며 “예후가 안 좋은 게임과몰입군 일수록 디폴트모드신경망(deault mode network)과 현출성신경망, 주의신경망 간 연결성이 증가됐다”고 말했다.

게임과몰입으로 병원에 온 사람은 뇌가 뒤쪽보다는 양옆으로 연결성이 늘어난다. 전두엽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옆 부위 도움을 받아 데이터를 처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는 ADHD 특징이다. 순수 게임과몰입 그룹과 ADHD 공존게임 과몰입 그룹 사이 예후에 따른 뇌 연결성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게임과몰입군 뇌연결성은 ADHD와 유사하다
게임과몰입군 뇌연결성은 ADHD와 유사하다

한 교수는 “공존질환 파악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게임 과몰입은 우울증이나 ADHD와 같은 다른 질환 영향을 많이 받으며 특히 뇌 기능적인 변화는 ADHD와 변화 추이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존 질환을 배제하지 않고 연구해야 한다”며 “게임과몰입과 ADHD아형과 관련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