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이 향년 70세에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중심으로 경영권에 승계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외부 세력 견제 속에서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또 고 조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8일 재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이 최상위에 위치하고, 대한항공, 정석기업, 토파스, 진에어, 칼호텔네트워크, 한진관광, (주)한진 등 28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만 30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항공·운송그룹이다.
고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그룹 계열사 주식은 한진칼(17.84%), 대한항공(0.01%), (주)한진(6.87%), 정석기업(20.64%), 한진정보통신(0.65%), 토파스여행정보(0.65%) 등으로 약 3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 사내 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한진칼, (주)한진 경영권을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고 조 회장의 한진그룹 경영권을 이어 받을 것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녀 조현아, 막내 조현민 등은 잇단 '갑질논란'으로 경영권을 박탈당해 현직에 있는 사람이 조 사장 뿐이기 때문이다.
조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그룹 지배구조의 열쇠인 한진칼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내이사를 지켜야 가능하다. 하지만 조 사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은 2.34%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한진칼 최대주주는 지분 17.84%를 보유한 고 조양호 회장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지분율은 각각 2.31%, 2.3%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고 조 회장의 주식지분 상속세가 17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고 조 회장 보유 유가증권의 가치는 약 3454억원이며 여기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조 회장의 가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 수준”이라며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을 포함하면 금액이 훌쩍 커질 것”이라고 했다.
고 조 회장 일가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서 주식 매각, 주식담보대출, 배당 등을 이용할 전망이다. 상속세는 상속을 받은 달부터 6개월 안에 신고해야 한다. 앞서 구광모 (주)LG 회장 등 상속인들은 작년 11월 29일 고 구본무 회장의 (주)LG 주식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 등을 과세 당국에 신고, 5년간 분할납부하기로 했다. 다만 조 사장의 경우 보유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지분 상속 및 승계가 순탄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분 및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강성부 펀드)와 맞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KCGI는 정관변경이나 감사선임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실패했다. KCGI는 지배구조 개편 요구 작업을 추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20.03%, KCGI 및 국민연금의 합산 지분은 20.81%로 나타나 조 사장 측이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상속세 관련 할증 및 실제 세금납부를 위한 현금 조달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과 관계없이, 단순 지분 기준으로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높은 구조”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