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조원태 체제' 준비하는 한진그룹…경영권·상속세 해결 “쉽진 않다”

2018년 대한항공 임원세미나에 참석 중인 조양호 회장.
2018년 대한항공 임원세미나에 참석 중인 조양호 회장.

조양호 회장이 향년 70세에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중심으로 경영권에 승계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외부 세력 견제 속에서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또 고 조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8일 재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이 최상위에 위치하고, 대한항공, 정석기업, 토파스, 진에어, 칼호텔네트워크, 한진관광, (주)한진 등 28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만 30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항공·운송그룹이다.

고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그룹 계열사 주식은 한진칼(17.84%), 대한항공(0.01%), (주)한진(6.87%), 정석기업(20.64%), 한진정보통신(0.65%), 토파스여행정보(0.65%) 등으로 약 3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 사내 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한진칼, (주)한진 경영권을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고 조 회장의 한진그룹 경영권을 이어 받을 것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녀 조현아, 막내 조현민 등은 잇단 '갑질논란'으로 경영권을 박탈당해 현직에 있는 사람이 조 사장 뿐이기 때문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그룹 지배구조의 열쇠인 한진칼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내이사를 지켜야 가능하다. 하지만 조 사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은 2.34%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한진칼 최대주주는 지분 17.84%를 보유한 고 조양호 회장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지분율은 각각 2.31%, 2.3%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고 조 회장의 주식지분 상속세가 17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고 조 회장 보유 유가증권의 가치는 약 3454억원이며 여기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조 회장의 가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 수준”이라며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을 포함하면 금액이 훌쩍 커질 것”이라고 했다.

고 조 회장 일가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서 주식 매각, 주식담보대출, 배당 등을 이용할 전망이다. 상속세는 상속을 받은 달부터 6개월 안에 신고해야 한다. 앞서 구광모 (주)LG 회장 등 상속인들은 작년 11월 29일 고 구본무 회장의 (주)LG 주식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 등을 과세 당국에 신고, 5년간 분할납부하기로 했다. 다만 조 사장의 경우 보유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지분 상속 및 승계가 순탄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슈분석]'조원태 체제' 준비하는 한진그룹…경영권·상속세 해결 “쉽진 않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분 및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강성부 펀드)와 맞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KCGI는 정관변경이나 감사선임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실패했다. KCGI는 지배구조 개편 요구 작업을 추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20.03%, KCGI 및 국민연금의 합산 지분은 20.81%로 나타나 조 사장 측이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상속세 관련 할증 및 실제 세금납부를 위한 현금 조달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과 관계없이, 단순 지분 기준으로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높은 구조”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