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하원이 구글, 아마존과 같은 대형 정보통신(IT) 기업에 디지털세를 물리려는 프랑스를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디지털 경제 활동 과정에서 창출되는 이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세'가 미국과 유럽 간 통상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하원의원 16명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들 의원은 프랑스가 추진하는 디지털세에 대해 미국 국적 기업을 겨냥한 일종의 보복관세 성격이라고 규정했다. 다른 나라 회사와 차별 대우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이 걷어야 할 세원이 프랑스로 부당하게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명에 참여한 16명은 캘리포니아주, 일리노이주, 워싱턴DC, 미시간주, 텍사스주, 뉴욕주, 펜실베이니아주 등 미국을 대표하는 지역구 의원들이다. 대부분 공화당 소속이다.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도 포함됐다. 미국 하원의원들이 디지털세 부과 움직임에 반발,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영국에도 견제구를 날렸다. “프랑스와 영국은 미국 회사를 타깃으로 한 일방적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의 디지털세 논의에 집중하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미국 기업을 차별하려는 시도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디지털세 부과 법안을 정식 발표했다. 일정 규모 이상 매출을 올리는 IT 기업 대상으로 매출 3%를 세금으로 물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이 법인세를 대체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제안했다. 그러나 회원국 간 합의에 실패하면서 프랑스가 독자 행보를 보인 것이다.
영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영국 내부에서는 오히려 구글을 강도 높게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매체 미러의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 세금 정의 네트워크는 구글에 15억파운드(약 2조2400억원) 상당의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영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최소 97억파운드(14조49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토대로 계산한 액수다. 영국은 2016년에도 구글로부터 체납세 1억3000만파운드(1900억원)를 걷었다.
한편 미국 하원의원 성명서가 디지털 산업 과세 보고서 초안을 설계하고 있는 OECD 논의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전망된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EU와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개별 행동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 “OECD가 내놓을 IT 기업 디지털세 가이드라인이 지구촌 과세권 분할에 더욱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