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2종을 앞세워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재도약에 나선다. 기아차 '텔루라이드'가 지난달 5000여대를 출고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가운데 현대차도 '팰리세이드' 현지 판매를 앞두고 이달부터 수출용 생산을 시작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텔루라이드는 미국 판매를 본격화한 첫 달인 3월 5000여대를 출고했다. 현지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신차로 아직 인지도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북미 전용 모델로 개발한 텔루라이드 큰 차체와 넓은 실내를 선호하는 현지 소비자 취향을 철저히 반영해 출시 이후 호평을 얻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텔루라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미국 판매에 가세한다. 국내에 먼저 출시한 팰리세이드는 웅장한 차체 디자인과 첨단 편의사양은 물론 가격대비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에서 시작된 인기를 미국 현지에서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울산 4공장에서 수출용을 생산해 출시 전 현지 전시장에 배치할 차량을 선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달 초 노사 간 팰리세이드 월 40% 증산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생산량을 현재 월 6240대에서 2400대 늘어난 월 8640대 수준으로 상향한다. 울산 4공장은 팰리세이드와 스타렉스를 1대 1 비율로 생산해 왔으나, 이번 합의로 3대 1 비율까지 생산을 확대한다.
팰리세이드 증산에도 당분간 국내외 출고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사가 증산에 합의했지만, 국내처럼 미국 현지 판매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수요를 완전히 충족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텔루라이드가 현지 출시와 동시에 월 5000대 이상을 판매한 만큼 팰리세이드 역시 수요가 예상치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가 진입할 현지 대형 SUV 시장은 포드 익스플로러가 월 2만대 이상, 혼다 파일럿이 월 1만대 이상 팔려 나갈 만큼 수요가 꾸준하다.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원활한 물량을 확보한다면 올해 미국 시장에서 신형 SUV를 바탕으로 반등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경쟁 브랜드에 비해 빈약했던 SUV 제품군이 소형부터 대형까지 보강됐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기아차 올해 1분기 판매량 중 SUV 비중은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 신차효과가 본격 발휘될 2분기 이후 현대·기아차 실적 반등이 점쳐진다”면서 “다만 출고 적체를 최소화하며 얼마나 빠르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