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에 열린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알리는 세기 사건이었다. 토머스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하고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한 것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초래할 인류사의 큰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알파고 출현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내보인 딥러닝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다. 1957년 미국 코넬 항공연구소의 프랭크 로젠블랫이 2개 층으로 구성된 신경망인 '퍼셉트론'을 처음 발표한 이후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팀이 2000년대에 들어와 딥러닝 중흥을 이루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5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많은 AI 연구자의 노력이 있었다. 엄청나게 빨라진 컴퓨팅 파워와 인터넷 활성화로 인해 확보된 빅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딥러닝 기술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딥러닝 기술은 바둑과 같은 게임뿐만 아니라 건강의료, 국방, 교육, 제조, 유통, 언론, 금융,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활용 범위와 속도는 더 넓어지고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딥러닝 기술은 앞으로 나타날 AI 기술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생태계에서 인류가 겪어 보지 못한 엄청난 변화를 야기하는 원동력이다. 세계 각국은 AI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국은 구글, IBM, 아마존과 같은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이 이미 AI 기술을 주도하고 있으며, 매사추세츠공대(MIT)는 1조1000억원을 들여 'AI단과대학'(College of Computing with AI Focus)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지난 2월 모든 연방기관이 AI 연구개발(R&D)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은 AI를 비롯한 첨단 IT에서 미국을 추월해 기술 선도국이 되겠다는 목표로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화웨이 등 기업이 앞장서고 뒤에서 정부가 강력히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 대학에 AI와 빅데이터 관련 학과와 전공을 400여개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는 3월 통합혁신전략추진위원회 발표를 통해 일본 4년제 대학 학년별 정원 60만명 가운데 25만명(이공계 보건계 18만명과 인문계의 15%인 7만명)을 대상으로 AI를 필수 과목화하고 딥러닝 알고리즘, AI프로그램, AI윤리 등을 가르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한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지원과 초·중·고교 SW 교육 확대를 이어 가며 3개 AI대학원을 선정, AI 전문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는 환경에 살고 있으며, 이제는 어느 누구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인터넷을 활용하며 살아간다. 인터넷이 불과 20년 전 처음으로 대중에게 보급될 때만 해도 인터넷은 전문가 영역이었다. 앞으로 AI가 가져올 변화는 인터넷 변화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AI는 더 이상 소수의 전문가 집단 영역을 벗어났다. AI 대중화는 이미 시작됐다. 딥러닝 기술은 패키지화 및 도구화되고 공개되며, 이제 누구든지 조금만 노력하면 이미 알려진 모델과 알고리즘을 적재적소에 응용해 실용 AI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빨라지고 보편화될 것이다. AI를 전문가 영역에서 대중화 영역으로 바라보는 발상 전환과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화 시대에 펼쳐진 정부 주도의 특정 기술 경쟁력 확보 전략 수립과 같은 방식으로 AI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 AI대학원 설립을 지원하고 AI대학을 설립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과 같은 전문가 영역 대비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개방, 협력, 공유, 자율과 같은 시대 흐름 이해와 더불어 기술 및 인문학이 융합되고 산업 간 수평 협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정부, 기업, 가정, 일반인도 AI 대중화 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종합 및 입체화한 전략 대응이 필요하다.
김영환 KAIST 컨버전스 AMP 책임교수 nomad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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