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그동안 과제 관리자 역할만 소극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이제는 '컨설턴트'와 '조력자'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과제 참여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혁신주도형 성장을 견인하는 연구개발(R&D) 기관이 되겠습니다.”
최근 취임한 정양호 KEIT 원장은 적극적으로 과제 기획에 참여하는 R&D 기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이 떠오르는 시대 변화에 따라 KEIT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융합 신산업을 지원하는 R&D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칸막이식으로 진행되는 R&D 기획을 개방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업이 애로를 겪는 요소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둔 R&D 체계를 갖추고 미래선도형 협업 과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산업기술과 에너지, 경제 분야를 두루 거친 공직자다. 1984년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구 지식경제부)에서 산업기술정책관, 에너지자원실장 등을 역임했고, 대통령 비서실 경제보좌관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산업부에서 퇴임한 이후에는 33대 조달청장으로 일했고,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4대 KEIT 원장으로 취임했다.
정 원장은 폭 넓은 경험을 KEIT 경영에도 녹여내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연구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책임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정책을 수립하고, 현장에서 집행하며, 직원과 기관장으로서 모두 업무를 수행했다”며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문제 해결책을 고민하고, 정책이 실천과 성과로 이어지도록 대안을 제시하고 협력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2009년 설립된 KEIT가 10년 되는 해 원장에 취임했다. 산업부 산하 R&D 기관인 KEIT는 정부 방침에 따라 변화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부처당 R&D 전담기관을 1곳으로 통합하는 '연구관리 전문기관 효율화 방안'에 따라 산업부 R&D 기능은 KEIT로 통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이에 더해 신기술·산업이 융합하는 시대적 변화에 대비해 KEIT R&D 지원 방식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R&D 체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지다.
그는 “KEIT는 그간 과제를 '줌인(zoom in)'하는 것에 강했었다”며 “이제는 과제를 '줌 아웃(zoom out)'해 연결되는 지점을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 R&D 사업도 일몰 사업이 많은 만큼 개방·협력에 기초한 새 방식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올해 KEIT 직원과 소통을 강화해 조직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우리 모두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징기스칸의 말을 좋아한다”며 “혼자만의 뜻이 아닌 모두의 뜻이 함께하도록 저부터 앞장서고 직원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