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S', 헤라클레스의 ‘H’, 아틀라스의 ‘A’, 제우스의 ‘Z’, 아킬레스의 ‘A’, 머큐리의 ‘M’. DC코믹스의 새 영화 '샤잠'이 개봉했다.
얼마 전 개봉했던 '캡틴 마블'이 '샤잠'의 원래 제목이었다는 사실은 코믹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내용일 테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주문이었던 '샤잠'이 히어로 캐릭터의 이름이 되었고 로튼토마토의 토마토미터 90% 이상의 높은 점수로 화제가 되었지만 개봉 후 국내에서의 반응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누어지는 상황이다.
14세 소년이 히어로로 변신한다는 점에서 '스파이더맨'과 비교되기도 했거니와 마블의 히어로물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영화관람객들의 눈높이에는 기대 이하의 졸작으로 치부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마는 않은 것이 사실.
솔직히 8-90년대 하이틴 무비에서 나 나왔음직한 타운형 쇼핑센터와 대관람차가 있는 놀이공원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에서는 당황스러움을 금하기 어려울 정도였기에 영화 '샤잠'에 대한 관람객들의 싸늘한 시선 역시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뻔함과 유치함에 내재되어 있는 속내를 꼼꼼히 살피다 보면 영화 '샤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조금은 알아보아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선 감독을 맡은 샌드버그가 공포물을 연출했던 경력이 있었기에 자칫 우스꽝스러워질 수도 있었던 '샤잠'의 세계와 죄악들에 대한 표현이 유려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고 본다. 빌리가 '샤잠'의 능력을 전수받기 전까지 죄악들이 마법사와 대치하는 장면들이 신비로우면서도 그럴싸하여 극 초반의 긴장감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영화는 코믹북의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히어로 영화로만 보기 어렵지 않은가 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족영화이며 성장영화라 하고 싶다. 나이 어린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위치와 가족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영화이기에 그러하다.
'샤잠'의 본체(!)인 빌리의 친부모와 위탁부모에 대한 표현이 그러하였고 다양한 인종과 성격의 위탁가정 아이들이 연기하는 각각의 캐릭터가 그러하였다. 빌런인 시바나 박사의 아버지와 형으로 구성된 가족관계 역시도 이 영화의 주요 모티브로 작용하며 가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어 준다.
영화는 히어로의 능력을 가지게 된 14살의 좌충우돌 히어로 적응기라는 틀 안에서 현재의 가족과 구성원들에 관한 현 세태의 실상을 꼬집어 준다. 영화의 초반에도 여러 가지 복선을 통해 가족들의 빈자리에 대해 언급하고 친엄마를 찾기 위한 빌리의 반복되는 가출과 돌발행동 들을 빗대어 세상을 풍자한다.
왜 빌리가 '샤잠'의 후계자로 지목되는지에 대한 보다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했다는 점과 신들의 범접할 수 없는 막강한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어지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는 DC의 다른 캐릭터(슈퍼맨, 배트맨, 아쿠아맨 등등)들을 찾는 재미와 숨겨져 있는 타임, 데일리 플래닛, 갤럭시 브로드 캐스팅 등의 현실과 가상 속 언론매체들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놓고 필라델피아 시청 앞 광장에 앉아 다른 영화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쇼핑몰 바닥의 대형 피아노 건반을 보여주며 1989년작인 영화 '빅'을 오마주 한기도 한다. 샌드버그 감독의 전작에 나오는 인형 '에나벨'이 눈에 띄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 밖에도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만 보이는 다수의 이스터에그들이 숨어 있으니 유치하다 단정 짓기 전에 영화가 가진 재미를 찾아보는 것이 ‘샤잠’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누리는 방법이 될 것이라 조심스레 이야기하여 본다.
히어로 영화로서의 기대감 보다는 탄탄한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로 기초공사를 끝내고 DCEU에 합류한 새로운 캐릭터라는 점에서 차기작을 기대해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