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핵심 교육정책인 '고교 무상교육'이 교육청의 재원 절반 부담 합의로 현실화됐다. 다만 법 개정 없이 교육청 몫으로 넘기면서 향후 예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정청은 8일 국회에서 열린 협의에서 올해 2학기 3학년 학생을 시작으로 고교 무상교육 단계 시행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고교 무상교육 시행 걸림돌은 예산이었다. 재원 마련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입장 차이가 컸다. 교육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교육재정의 71%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세수 호황으로 현재 수준 교부금만으로 충분히 여력이 있다며 인상을 반대했다. 소요 예산은 올해 3856억원, 2021년에는 1조9951억원이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과 재원을 공동 마련하는 것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약 2조원이 소요될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한다. 이를 통해 일정도 국정과제 추진 계획보다 1년 앞당겼다.
장기적으로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국가가 별도 지원할 수 있는 증액교부금을 제외하면 시·도 교육청이 매년 부담해야하는 금액은 9466만원에 달한다.
현재 교육감은 당정청 합의안에 협조하지만, 3년 뒤 선출될 새 교육감은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은 세부 예산 조달 계획 등에는 말을 아꼈다. 협의회는 이날 오후 현재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협의회는 “현재 입장을 정리 중이다. 주요 정책이기 때문에 교육감이 다 모여 입장을 조율해야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협의회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더 이상 국가정책 추진과 관련된 재정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기지 말라”고 밝힌바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원 부담 주체를 놓고 정부와 교육청 간 벌어졌던 갈등과 유사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정적인 고교 무상교육 예산 마련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이 필요한 배경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정부가 거둬들인 내국세 총액의 20.46%를 교육 예산으로 쓰도록 시·도 교육청에 지급하는 재원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지금보다 0.8%포인트 올린 21.33%까지 상향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교육부는 “당정청 협의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이달 발의할 예정”이라며 “상반기 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함께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