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60>BHAG 혁신

비해그(BHAG). 단어 앞글자만 딴 이른바 두문자어(頭文字語)다. 풀어 쓰면 'Big Hairy Audacious Goal'이다. 우리말로 하면 '달성하기 어려운 야심에 찬 계획이나 목표'를 뜻한다. 브랜드 가치가 코카콜라보다 더 큰 기업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BHAG급이라 할 수 있겠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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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이 목표는 정작 쉽지 않다. 한때 반짝거린 '혁신 의기투합'은 곧 사라진다. 위기가 사라지면 기업은 다시 정체에 빠진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조차 대부분 실패한다.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성공 여부를 따진다면 시간을 좀 거슬러 가야 한다. 1971년 다윈 스미스는 킴벌리클라크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다. 킴벌리클라크를 그렇고 그런 펄프 회사에서 세계 수준의 소비재 기업이 되어 보자며 포부를 밝힌다. 다들 코웃음을 친다.

그는 두 가지 촉매제를 투여하기로 한다. 우선 오래된 펄프공장을 매각한다. 이제 과거로 돌아갈 방법은 없어진 셈이다. 다음으로 프록터앤드갬블의 경쟁 제품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저귀였다. 이른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전략에 월스트리트와 투자자들은 놀란다.

프록터앤드갬블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또 하나의 강자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망하는 도리밖에 없다. 당신이 투자자라면 이 거창한 도전에 베팅해 볼 생각이 드는가.

또 다른 전설로 뉴코어가 있다. 지금 뉴코어는 미국 최대 제철소지만 이때만 해도 이른바 러스트 벨트에 있던 사양 기업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세계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은 제철소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일본 제철소에 밀려 사라질 판국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거기다 고품질, 안정된 직장, 높은 임금, 기업 번영까지 선창한다.

어떻게 했을까. 긴 행동 강령 가운데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기본급은 이 사양 산업의 평균보다 25% 낮게 설정했다. 30명 안팎으로 팀을 엮고, 각 팀의 생산량과 순위는 매일 공지했다. 팀 생산량에 따라 작게는 80%에서 많게는 200%까지 보너스를 지급했다. 물론 생산 목표를 달성한 팀에만 보너스가 지급됐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결과부터 말하면 일본·한국·중국 기업이 판치는 이 사양 산업에서 뉴코어를 가장 혁신성과 생산성 높은 기업, 그것도 미국 시장에서 번영하고 있다. 과연 45년 전에 누구라도 이것이 가능하다고 여겼을까. 나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제 돌이켜서 우리에게로 시선을 돌려보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진정 당신이 BHAG 혁신을 원한다면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혁신을 이벤트로 생각하지 마라. 그 대신 시스템으로 만들어라. 감동을 주는 연설, 전율이 감도는 출범식, 타운홀 미팅도 좋지만 이것들의 문제는 모두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신 3M은 연구원들에게 업무 시간 15%를 자신이 원하는 일에 쓰도록 했다. 이 '15% 룰'은 이벤트 대신 시스템을 생각하란 말이 무엇인지를 말해 준다.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다. 미국 수필 문학의 최고 걸작 가운데 하나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한 구절을 자주 인용한다. '만약 당신이 공중에서 성을 쌓았대도 그건 헛되지 않는다. 그곳이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이라면. 이제 그 아래 기초를 놓을 때다.' BHAG는 결코 허황하지 않다. 시스템과 토대를 쌓을 수 있다면.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