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4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잠정 확정했다. 2017년 기준 7.6%에 머물러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5배 이상 늘리겠다는 파격적인 시도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 관리 대책을 처음 마련,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 수립 현황을 보고하는 당정협의회에서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로 확대할 공산이 크다”며 이 같은 정부 방향을 제시했다.
에기본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의거해 5년마다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계획이다. 3차에는 2019~2040년 정책 방향이 담긴다. 3차 에기본 워킹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약 8개월 동안 논의를 거쳐 권고안을 발표,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25~40%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후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30~35%에서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산업부가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재생에너지 35%' 목표를 제시함에 따라 3차 에기본 에너지원별 믹스 부분에서 재생에너지 목표치가 최종 35%로 담길 가능성이 짙어졌다. 30~35% 구간에서 최대치를 목표로 언급한 것은 '도전'을 넘어 '파격' 시도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2017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6%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20년 동안 발전 비중을 4.5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2차 에기본에서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11%까지 달성하겠다고 한 것과 차원이 다르다.
워킹그룹에 참여한 관계자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까지 달성한다는 것도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라면서 “35%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목표는 이행 과정도 중요하지만 대외적으로 정부 의지를 표현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각별하다”고 중요성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 35% 이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기준 20.9% 수준인 원전 비중을 2030년 16.6%까지 줄이겠다는 '에너지전환정책'을 수립한 데 이어 최근 석탄발전을 과감히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비중 증가 등 발전원료 상승 부담이 재생에너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1개 챕터 분량의 '지자체 및 주민 참여·소통(가제)'에 대한 재생에너지 발전 방안을 3차 에기본에 포함시켰다. 태양광·풍력발전소 입지 선정 과정에서 사업자와 지자체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해당 챕터에는 △지자체 갈등관리 △주민 참여 및 역할 △중앙정부와의 소통 △지자체 분권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에기본에도 '지자체의 참여 확대' 방안이 포함됐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 기존보다 내용을 보완·구체화했다는 전언이다.
안형근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자체 갈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의 교통정리는 해줘야 한다”면서 “이번 대안을 공론화해서 제도로 안착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주민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생활 환경 및 자연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3차 에기본 수립 현황을 보고하는 당정협의회가 열린 건 맞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내용을 확인해 주긴 어렵다”면서 “3차 에기본의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최종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3차 에기본 정부안은 19일 공청회에서 정식 발표된다. 이후 에너지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