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 문제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9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2회 미세먼지 국민포럼(미세먼지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를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온라인을 통해 받은 대 국민 질문에 전문가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00여개 질문 가운데 30개를 추렸다.
“탈원전 정책으로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늘리면 미세먼지가 더 많이 배출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답했다.
정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 총 발생량 15% 정도가 발전 부문에서 나온다”면서 “원자력 비중이 줄면 이를 석탄, LNG 발전이 대체하는 만큼 미세먼지 발생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1GW(기가와트)규모 LNG발전소가 하루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이 유로6 기준 경유차 100만대, 휘발유차 400만대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면서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 문제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중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저감 프로그램 추진 등 실질적 행동을 기반으로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추장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국가간 영향에 대한 인식, 과학적 규명이 없고 동북아 지역의 독특한 국제 질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양자,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한중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도시간 협력을 진행하는 등 실제 행동에 들어가고 동북아공동감시프로그램 같은 다자간 대응 체계를 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 성상 분석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신동천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이온, 금속, 탄소 등 미세먼지 주성분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면서 “2차 생성 미세먼지는 최근 조명을 받으면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다만,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폐렴에 걸릴 가능성이 3%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 등이 나오고 있다”면서 “미세먼지 노출이 만성화되면 사망률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확실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초미세먼지 보다 더 작은 극미세먼지 위해성도 경고했다.
그는 “호흡기로 먼지가 들어와도 이를 외부로 배출해 내는 것이 일반적 방어기전이지만 입자 직경이 1um 극미세먼지는 체내 배출이 잘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극미세먼지는 심혈관계, 심지어 뇌로 침투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기능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정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성상이 위해성 판단의 관건이지만 미세먼지 관측자료와 최근과 같은 고농도 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자료가 축적되면 성분 분석을 진행해 국민 보건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야외 활동이나 운동을 해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엔 '장시간이 노출이 아니라면 괜찮다'라는 답변이 나왔다.
권오창 단국대 의대 교수는 “운동을 하면 호흡량이 많아지고 미세먼지 유입량도 많아지지만 운동을 너무 안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공기질에 따른 운동효과를 측정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도 한 시간 정도 이내로 달리기를 한다면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공기질이 안 좋은 10개 도시에서 운동 효과를 측정한 결과”라면서 “우리나라에선 아주 고농도가 아니라면 단 시간 달리기 정도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본 다”고 설명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