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두 부처 차관이 한자리에서 만나기는 2015년 2월 이래 4년 만이다. 정 차관과 문 차관은 주로 연구개발(R&D)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수소경제와 같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와 관련해 협업을 강화하고, 산업·과학적 난제에 도전하는 초고난도 기술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사업에도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핵심 현안이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해서도 머리를 맞댔다.
청와대 주재로 부처 차관급 회의는 정기적으로 열리지만 특정 부처 차관이 따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법에서 규정한 업무대로 움직이는 행정부 속성상 특정 주제를 놓고 논의하는 일 자체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부처 칸막이'를 없애자고 말하지만 현장으로 내려갈수록 보이지 않는 부처 장벽은 높은 게 현실이다. 특히 일부 업무가 중복돼 경쟁 관계에 있는 부처가 머리를 맞대기는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오죽했으면 두 부처 차관 회의가 4년 만에 재개됐겠는가.
이날 두 차관의 만남은 의미가 크다. 산업부와 과기정통부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선도 부처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 융합을 전제로 한다. 기술 개발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부처 협업이 소홀하다면 자칫 중복 사업이 남발돼 예산 낭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패션처럼 R&D도 기술 유행만 좇다 보면 사각지대가 나올 수 있다. 부처 칸막이를 허물자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칸막이를 허무는 첫 단추는 만남이다. 비록 성과 없이 끝나더라도 일단 마주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부처 차관급 만남이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두 부처로 끝나지 말고 모든 부처로 이어져야 한다. 정책과 안건, 사안별로 스스럼없이 자주 만나야 한다. 차관 만남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실장, 국장, 과장, 실무자도 부처 간판을 떼고 허심탄회하게 자리를 함께해야 한다. 그게 부처 칸막이를 없애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