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종목에 e스포츠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0일 항저우 아시안게임대회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정식 종목으로 태권도·럭비·근대5종 등 올림픽 종목 28개와 바둑·주짓수·카바디·쿠라시·크라켓 등 비올림픽 종목 9개가 채택됐다.
e스포츠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월 발표된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데 이어 연달아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애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흥행했고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스포츠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파트너십을 체결, 전망을 밝게 했기 때문이다.
e스포츠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2017년에 e스포츠를 스포츠 활동으로 인정했고,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에 이어 올해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흐름이 원활했다. 산업화와 함께 인지도가 높아 가고 있는 가운데 충격은 더 컸다.
다만 대회 개막일인 2022년 9월 10일까지 3년 5개월이 남아 있기 때문에 추가로 발탁될 가능성은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최종 발표가 아니다. 대회 시작 2년 전까지 업데이트된다”면서 “추가 종목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정식 종목 채택 가능성은 엿보이지 않는다. OCA 기본규칙에 따르면 정식 종목으로 신청하려면 단일 연맹이 있어야 한다. e스포츠는 아직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인증을 받은 국제연맹이 없다. 국제e스포츠연맹(IESF), 아시아e스포츠연맹(AESF) 등이 독자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업성이 스포츠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실제 2017년에 실내 무도 아시안 게임 종목으로 '리그오브레전드' 대신 '도타2'가 선정되자 한국e스포츠협회는 “e스포츠 종목이 부적절한 절차로 선정됐다”며 대회를 거부했다. 당시 알리바바와 라이엇게임즈 모회사인 텐센트 간 경쟁 관계가 종목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사 게임을 e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인정받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e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이 게임 매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e스포츠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을 기점으로 정책 관심을 받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e스포츠시설과 생활e스포츠시설을 구분하고, 생활e스포츠시설 지원 근거 규정도 제정했다. PC방을 e스포츠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과 성남에만 있던 e스포츠 경기장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전시는 10년 동안 376억원을 들여 e스포츠 경기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1005석, 부산시는 328석 규모의 경기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e스포츠 전문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증명됐다”면서 “하나의 스포츠 종목이 되려면 e스포츠 산업 자체에 대한 투자 지속과 규모 확대도 중요하지만 기본 시스템·인프라 구축과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걸 알린 경고등”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