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에는 민박 열풍이 불고 있다. 전문 위탁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민박 서비스 질이 높아진 결과다. 현재 5만여곳 상당 민박집이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위탁 업체에 숙소 관리를 맡긴 집주인에 한해 민박 허가를 내준다. 사회 문제로 대두된 빈집을 민박으로 풀려는 정부 정책도 불을 지폈다. 2013년 말 기준 일본 전역에 빈집 수는 820만채다. 2033년이 되면 2066만채로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사업 모델이 불법이다. 농어민이 거주하지 않는 집은 민박 용도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숙소를 위탁 업체에 맡기는 것 역시 엄밀히 말해 불법이다. 집주인이 남는 방을 빌려주는 형태만 허용된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르면 농어촌, 준농어촌 지역 주민은 자신이 거주하는 단독주택, 다가구주택에 남는 부분을 이용해서만 투숙객에게 숙박·취사시설·조식을 제공할 수 있다.
법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농어촌 민박 분야에는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민박집을 소개하는 플랫폼이 등장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업체도 나타났다.
방치된 빈집을 숙박시설로 손질해 쓰고 난 뒤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회사도 있다. 관광객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집주인은 부동산 가치 상승이라는 혜택을 받는다. 국내도 일본 못지않게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국토정보공사에 따르면 국내 빈집 수는 2013년 106만채에서 2050년 300만채로 불어난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농어촌 민박업 허가 없이 영업 중이다. 집주인 거주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집주인과 반드시 한 집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 실정과 맞지 않다”며 “인구 감소로 빈집이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민박업 허가 요건 완화가 숙박업에 비해 지나친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박업체 난립도 걱정거리다. 안전관리에 허점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에 3만곳이 넘는 민박집이 꾸려진 것으로 분석한다. 이는 일반 숙박시설과 맞먹는 규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 펜션, 독채형 주택 대부분이 불법 영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집주인 거주 조건을 없애는 것은 숙박업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