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산차 '선방' vs 수입차 '추락'…신차·물량이 희비 갈랐다

올해 1분기 자동차 업계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승용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하락한 35만2074대를 기록했다. 국산차는 0.2% 감소에 그치며 선방했지만, 고속 성장을 이어가던 수입차는 22.6%까지 하락했다.

승용차 시장이 잔뜩 위축된 가운데 국산차 업계가 판매 감소를 최소화한 것은 연초부터 경쟁력 있는 신차를 활발히 쏟아낸 영향이다. 특히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내놓은 업체들이 호실적을 기록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 전시된 팰리세이드를 방문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DB)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 전시된 팰리세이드를 방문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DB)

현대차와 쌍용차는 신차효과를 톡톡히 봤다. 1분기 현대차는 13만897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8.9% 성장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말 선보인 팰리세이드는 판매 돌풍을 일으키며 1분기 내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쌍용차도 2만7350대로 14.0% 증가하며 국산차 업체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쌍용차도 렉스턴 스포츠 칸과 신형 코란도 잇달아 내놓으면서 SUV 신차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슈분석]국산차 '선방' vs 수입차 '추락'…신차·물량이 희비 갈랐다

반면 기아차와 한국지엠, 르노삼성차는 판매량이 일제히 하락했다. 기아차는 K5와 K7 등 주력 차종 판매 부진과 SUV 신차 부재로 현대차와 격차가 벌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10만305대에 그쳤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지엠은 1만66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했다. 다만 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6420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회복세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가격 조정과 판촉 조건을 강화한 영향이다.

르노삼성차도 1만6637대에 그치며 14.9%에 하락했다. 르노삼성차는 지속된 노사 갈등으로 지난해 임금 및 단체 협상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이다. 회사는 최근 LPG 차량 일반 판매 허용과 맞물려 SM6 LPG와 SM7 LPG를 중심으로 2분기부터 판매 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신차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신차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성장세를 이어가던 수입차는 제동이 걸렸다. 수입차 판매는 물량 부족과 인증 지연 영향으로 1분기 22.6% 줄어든 5만2161대에 그쳤다. 1분기 기준 2014년 이후 최저치다.

업체별 상황은 다르지만, 올해 들어 수입차 판매가 급감한 가장 큰 원인은 차량 재고가 크게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출가스 인증이 국제표준배출가스실험방식(WLTP)으로 변경된 이후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신차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판매 하락을 부추겼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만3849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6.0% 감소했다. BMW는 56.6% 줄어든 8065대로 주요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감소폭이 컸다. 벤츠와 BMW 모두 1분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으나, 2분기부터 신차가 투입되면서 전년 수준의 판매 회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체 수입차 판매가 줄어든 가운데 혼다, 지프, 포르쉐, 볼보 등 일부 브랜드는 신차효과와 원활한 물량 공급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혼다는 전년 동기 대비 118.0% 증가한 2938대를 판매했고, 지프는 69.0% 늘어난 2144대를 기록했다. 포르쉐는 1801대로 50.1%, 볼보는 2510대로 37.9%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미뤄졌던 국산·수입 신차 출고가 최근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업체들도 판매 부진 만회를 위해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어 2분기 판매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