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국내 장비업계 고용에도 훈풍이 불었지만, 올해 고용 투자는 '보수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시황이 나빠지면서, 장비업계 실적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팹 장비 투자액은 530억달러(약 60조5700억원)로 지난해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메모리 분야 불황에서 비롯된다. D램을 주로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올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5조6400억원)보다 무려 60.36% 감소하며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각 소자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보수적으로 진행하면서 장비업계 고용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세 확장에 힘입어 연초에 인력을 새롭게 고용한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 회사가 인력 투자를 후순위로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올해 당사 신입 인력을 지난해 고용했던 인원에서 75% 이상 줄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 본사를 둔 외산 장비업체들도 국내 인력을 대폭 줄이거나,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는 등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교에서는 고용 축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국내 대학교에서 반도체 장비 기술을 연구하는 교수는 “반도체 소자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의 고용 방침에도 물론 조율이 있겠지만 반도체 장비 중소업체에서 신입 인력을 한 사람 뽑으면 다행인 상황이라서 학계 쪽에서도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 투자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고용 방침을 100% 보수적으로만 가져갈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규모 고용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거 IMF 사태, 리먼브라더스 이후에도 호황이 찾아왔듯이,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각 부서별로 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