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급변하는 트렌드와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속에 영역 파괴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과거에는 업계 간 단순 콜라보레이션(협업) 상품 출시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업태 간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의 경계가 희미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모바일을 통한 O2O(Online to Offline) 판매채널 구축에 나섰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오프라인 점포에서 찾는 옴니 쇼핑을 구현하는 것이다. 취급 상품 역시 기존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던 제품에서 벗어나 소형 가전 등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상품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CU는 첫번째로 판매가 첫 판매하는 상품은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대응 상품 3종으로 '마모스 미니 공기청정기', '엠써큘레이터 마스크 세트', '비카 에어크린 창문 필터'다. 편의점이 소형 가전 판매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편의점의 유통영역 파괴는 헬스&뷰티(H&B)로도 이어진다. 편의점 3사는 화장품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며 새로운 화장품 유통 채널로 급부상했다. 이와 반대로 올리브영과 왓슨스, 롭스 등 H&B 업체는 매장에 음료, 간편식을 진열하는 식음료 코너를 두는 등 기존 화장품 외에 식품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과 H&B가 상호간 주력 제품 판매에 나서는 영역파괴에 나선 것이다.
건강기능식품 '정관장'으로 유명한 KGC인삼공사도 홍삼 화장품 브랜드 '동인비'를 앞세워 글로벌 종합 헬스앤뷰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으며 케어푸드 시장 진출을 선언한 신세계푸드는 메디힐과 손잡고 '마스크팩'을 출시했다. 화장품 업계와 협업으로 탄생된 첫 푸드메틱 제품이다.
홈쇼핑과 대형마트는 '전기차' 판매에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 3월 르노삼성의 '트위지'를 전국 25개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전문 편집매장 '엠라운지' 등 기존전기차 판매 매장 20곳에 추가로 신규 팝업매장 5곳을 더해 소비자 접점을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국내 완성차 기업과 손잡고 전기차 판매에 시작한 것은 국내 대형마트 중 이마트가 처음이다.
CJ ENM 오쇼핑 부문도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르노 초소형전기차 '트위지'를 판매에 나섰다. 온라인을 비롯한 TV홈쇼핑 등에서 전기차 판매는 오쇼핑이 최초의 시도였다.
11번가는 최초로 신형 완성차 판매에 나섰다. 지난달 3주에 걸쳐 11대 한정된 수량으로 쌍용자통차의 신형 코란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신선한 시도라는 반응과 함께 화제를 모았고 자동차 온라인 판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e커머스 업계도 자동차라는 새 아이템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규제로 출점 제한에 직면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온라인으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에 1조원 이상 투자를 유치해 2023년까지 매출 10조 원, 국내 1위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합병해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할 신설 법인 설립도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쇼핑 트렌드에 맞춰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에 대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며 “업태 간 벽을 허무는 시도는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