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대표사 바꿔가며 낙찰…대기업 ‘간판장사’ 지적도
'비리백화점' 강원랜드가 이번엔 카지노 기기 입찰 비리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특정업체가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전체 입찰 물량의 65%가량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찰 과정에서 담당자의 '비리·비위행위'와 대기업의 '간판장사' 주장도 나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0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지난 2월 22일 '카지노(비디오 머신)'에 대한 입찰 평가회를 실시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한 N(엔디에스)사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N사 컨소시엄은 N사를 포함해 K사, Y사, T사 등 네 곳으로 구성됐는데, 대표사를 제외한 회원사 세 곳이 2013년 이후 7년간 강원랜드 카지노 기기 납품을 독식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입찰은 카지노 머신 230여대로 추정 사업비용 104억원 규모다. N사 컨소시엄과 W(웅진)사 컨소시엄 등 2곳이 참여했고, 평가위원 11명(외부 6명, 내부 5명)이 강원랜드의 배점기준 및 평가표(기술 80점, 가격 20점)에 따라 낙찰사를 선정했다.
일반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3~4개 회원사로 구성되는데, 2014년을 제외하면 최근 7년간 특정업체 두 곳이 예외 없이 낙찰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규모가 가장 작았던 2014년을 제외하면 2013년 케이티, 2015년 엘아이지시스템, 2019년 엔디에스 등 모든 낙찰 컨소시엄에 K사와 Y사가 포함돼 있다"면서 "대표사는 낙찰가의 3~5%를 수수료로 받고 간판만 걸었을 뿐, K사와 Y사가 실질적인 낙찰사로 기기 납품을 주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원랜드가 공개한 입찰결과를 보면, 2013년 400여대(188억원), 2014년 94대(46억원), 2015년 172대(73억원) 등 최근 7년간 896대(412억원) 규모의 입찰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65%인 582대를 K사, Y사, T사가 컨소시엄 대표사를 바꿔가며 낙찰을 받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강원랜드의 입찰 경쟁을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보공개법 적용대상인 공공기관이지만 입찰 완료 후에도 평가위원이나 결과 등의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하지 못할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K사가 주축이 돼 회원사별 1억원씩 총 3억원의 영업비를 거둬 입찰영업에 쓴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평가위원 명단도 미리 알고 있다는 말도 들어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와 향후 입찰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 등을 고려해 평가위원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며 "카지노 입찰 과정은 국가계약법과 내규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위원은 평가 하루 전 감사인 입회하에 5배수를 구성하고, 평가일 무작위 추첨으로 최종 11명을 선정한다"며 "사전 예측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라 평가위원 명단 유출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로 해마다 1조5000억원 전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카지노다. 국내 카지노 사업장 17곳 가운데 나머지 16곳의 카지노 기기를 다합친 것보다 많은 기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각종 비리 문제로 시장형 공기업 전환을 비롯해 매출 총량제 강화에 따른 카지노 테이블게임기 축소와 영업시간 단축 등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최정환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admor7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