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 여유자금 증가 폭이 2009년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 규제 강화로 부동산 투자는 주춤했지만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가계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은 2008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부채 증가보다는 코스피지수 급락 등으로 인한 자산 축소 영향을 크게 받았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8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4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50조9000억원)보다도 감소한 결과, 2009년 이후 그 규모가 가장 작았다.
순자금운용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벌어들인 자금(자금운용)에서 지출 비용 및 부채(자금조달)을 제한 값이다. 저축이 확대되고 부채가 줄어들면 순자금운용 규모는 늘어난다. 일종의 '여유 자금 증가 폭'으로 이해하면 된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과 자금조달 모두 축소되며 순자산운용 규모가 감소했다. 예금과 보험 및 연금준비금 등을 포함한 자금운용은 152조4000억원, 장단기 차입금 등 자금조달은 103조1000억원으로 확인됐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현금 및 예금이 크게 줄어든 반면, 채권과 증권 투자는 상승 전환했다. 현금 및 예금은 74조2770억원으로 전년(101조1580억원)보다 줄어든 반면, 채권과 지분증권·투자펀드는 각각 1410억원, 18조7320억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금조달에서는 대출금이 98조9560만원으로 전년(119조5540억원)에서 다소 줄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주를 이루는 장기대출금이 77조8660억원으로 전년(92조7470억원)에서 축소됐다. 지난해 본격화된 정부 부동산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규모가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민간소비자 35조원이나 증가하며 저축 증가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신규 주택 매입이 줄어들며 가계 부동산 투자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진단했다.
기업 순자금조달 규모는 39조8000억원으로 전년(14조4000억원)보다 확대됐다.
통상 자금운용에서 자금조달을 뺀 값이 마이너스(-)일 경우 '순자금조달'로 분류한다. 기업이 그간 굴려온 자금이 필요로 하는 자금보다 39조8000억원이나 적다는 의미다.
한은은 유가 등 교역조건 악화로 중간재 투입 비용이 확대된 데다 기업 수익 창출 여력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가계와 기업 여윳자금은 축소된 반면, 정부는 세수호황으로 순자금운용 규모(55조원)가 전년보다 상당 폭 확대됐다.
한편, 잔액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금융자산은 3727조7000억원, 금융부채는 178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제한 순금융자산은 전년보다 감소한 1939조8000억원을 나타냈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08배로, 2008년(1.97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배율이 낮을수록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의미다.
다만, 한은에서는 '부채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 속도를 뛰어넘었다'는 분석에는 선을 그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본격화되며 증가 속도가 과거보다 빠르지 않았다”며 “지난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주가 폭락으로 자산평가액 감소 영향이 크기 때문에 1분기 배율은 증가세를 회복할 것”으로 설명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