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인 건강수명을 종전 73세에서 75세로 늘리고, 건강보험 보장률도 70%까지 올린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통합의료체계 구축 등 2023년까지 투입 예산만 약 42조원에 달한다. 노인 외래 진료비 감액혜택 기준을 축소하고, 불필요한 장기 입원 환자 관리도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건강보험제도 정책목표와 추진방향을 담은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19∼2023년)'을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수립공청회에서 10일 발표했다.
종합계획은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한 최초 법정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한 제도 혁신 방안, 2017년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후속조치, 전 생애에 걸친 건강보장 방안을 담는다.
이번 종합계획에는 한국인 건강수명을 73세(2016년)에서 75세(2023년)로 끌어올리고, 건강보험 보장률 역시 62.7%(2017년)에서 70%(2023년)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의료비 중에서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한 급여비 비율을 뜻한다.
외래의료 이용 횟수 증가율은 최근 5년간(2012∼2016년) 연평균 증가율 4.4% 절반인 2.2% 이하로 유지한다. 입원 일수 증가율도 5년간 연평균 증가율 3% 절반인 1.5% 이하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초고령사회에 예상되는 노인의료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외래정액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노인외래정액제는 65세 이상 환자가 의원급 외래진료를 받을 때 일정 금액만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동네 의원에서 총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이면 1500원, 1만5000원 초과∼2만원 이하면 10%, 2만원 초과∼2만5000원 이하면 20%, 2만5000원 초과면 30%를 본인이 부담한다.
정부는 한국인 건강수명이 이미 70세를 넘어선 것을 고려해 정액제 적용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높인다. 정액·정률 구간과 금액 기준 등도 조정한다.
불필요한 장기입원이나 환자 의사에 따른 선택적 입원도 환자 비용 부담을 높인다. 병원이 중증환자를 돌볼 때 더 많은 건강보험 수가를 받게 해 경증환자 장기입원을 줄인다.
그동안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았던 연 2000만원 이하 분리과세금융소득과 고소득 프리랜서 등일용근로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비과세였던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은 올해부터 과세로 전환돼 내년 11월부터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병원과 지역사회를 잇는 통합 의료제공체계 구축도 본격화된다. 의료기관에 설치되는 환자지원팀은 환자 의료·돌봄·경제사회적 요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입원 중 치료계획을 수립한다. 퇴원 이후 필요한 의료기관 이용, 방문 진료, 지역사회 복지·돌봄 서비스 등도 연계한다.
환자가 동네병원에서 대형병원 전문의 협진을 받을 수 있도록 자문료나 의뢰료 형태 수가를 신설한다. 거동불편 환자가 집에서 의료인, 약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방문진료서비스도 활성화한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동네의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의료기관을 기능에 따라 유형별로 분류하고, 해당 유형에 적합한 환자를 진료할 때 수가를 더 받을 수 있게 해 의료기관 기능 정립을 유도하기로 했다.
대형병원이 경증환자를 동네의원으로 다시 돌려보낼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을 강화하고,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가기 위해 동네병원에 진료의뢰서 발급을 요구할 경우에는 환자 진료비 부담이 커지게 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분만, 수술, 응급의료·외상, 외과계 기피과목, 감염관리 등 필수의료서비스가 전국 어디서든 제공될 수 있도록 필수의료 제공 기관과 인력 보상도 강화한다. 2023년까지 야간·의료취약지역에는 간호인력 1000명, 응급·입원·중환자 전담인력 1500명이 배치된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7년 8월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케어)도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건강보험 적용이 완료된 뇌·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 상복부 초음파 등을 시작으로 치료에 필요한 척추·근골격 MRI, 흉부·심장·근골격·두경부·혈관 초음파 등 비급여도 연차별로 급여화된다.
종합계획에 따른 5년간 소요재정은 6조4569억원이다. 출산·양육 부담 경감을 위한 임·출산 진료비 등 보장성 강화대책에 1조3000억원, 일차의료 강화 및 의료기관 기능 확립 지원에 2조1000억원, 응급실·중환자실 필수 인력 지원 등 의료기관 수가 보상에 3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예산(2017∼2022년) 30조6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종합계획 전체예산은 총 41조5842억원이다.
정부는 2023년까지 평균 3.2% 수준에서 보험료 인상률을 관리하고 국고지원 규모 확대, 금융·근로소득 등에 대한 보험료 부과 등을 통해 재정수입을 늘려 건강보험 적립금이 지속해서 10조원 이상이 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종합계획의 세부계획을 확정한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