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10일 “새로운 100년 대장정을 개헌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이견차로 작년에 무산된 개헌 논의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내년 21대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를 부치자고 제안했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사에서 이 같이 말하고 “국회가 이뤄내야 할 개혁 입법의 첫 번째도 개헌”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3·1 운동 100주년, 오늘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100주년, 내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은 우리 민족의 숭고하고 위대한 역사”라면서도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만 맞이하기에는 나라를 빼앗겼던 시대를 포함해 역경과 시련을 딛고 걸어온 지난 100년의 무게가 너무도 무겁다”고 했다.
우리의 어두운 역사 속에는 반드시 분열과 갈등, 대립과 혼란이 있었다며 “그 책임은 정치와 각급 지도자에게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문 의장은 “현재를 사는 정치인은 비장한 마음으로 새로운 100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엄중한 시기”라며 “개헌은 이 시대를 사는 정치인으로서 소명이며 책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치 시스템에 대해선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승자독식 구조”라며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는 비정치적인 사고, 대결적인 사고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평등과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경제적 위기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기로도 다가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문 의장은 “이는 양극화가 심화돼 중산층이 감소할수록, 극단의 정치가 활개치고 선동가가 등장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라며 “100년을 매듭지으며 패러다임 대전환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권력구조와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선거가 거듭될수록 대결정치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그 폐해는 증폭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핵심과제로 '권력의 분산'을 꼽았다. 국회가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으로,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 정권에서 시작하는 개헌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여야가 각각 추천한 총리 후보자 가운데 한명을 대통령이 택하는 방식으로, 국회가 추천한 만큼 임기가 보장돼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할 분권형 개헌안 논의를 이어갔으나,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에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결국 지난해 5월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못했다.
한편 임시의정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입법기관 역할을 했다, 1919년 4월 10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선 100년 전 열린 제1회 임시의정원 회의를 재현한 단막극과 임시헌장 낭독식도 재연됐다. 국호 '대한민국'과 최초의 헌법인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정한 당시의 회의 장면이 배우들을 통해 생생히 전달됐다. 로텐더홀 벽면에는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담은 서예 작품과 임시의정원 의원들 사진이 큼지막하게 내걸렸다. 기념식 전후로 각종 축하공연이 분위기를 돋웠다.
행사에는 문희상 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이낙연 국무총리,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 등 5부 요인과 여야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 각국 대사가 자리했다.
본 행사에 앞서 임시의정원 마지막 의장을 지낸 홍진 선생의 흉상 제막식이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됐다. 홍진 선생의 유족이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국회에 기증한 임시의정원 관인(官印) 전달식도 열렸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