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기기인증제, 병원이 관건이다

[사설]의료기기인증제, 병원이 관건이다

정부가 국산 의료기기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 민간 주도로 자율인증제를 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말까지 국산 의료기기 추천·인증제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가 거점 병원과 손잡고 국산 의료기기에 한해 성능과 안전성 등을 검증, 통과하면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연말까지 추천·인증제 프로토콜을 마련,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한다. 프로토콜에는 인증 대상, 기준, 방법, 참여기관 등이 담긴다.

의료기기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과 맞물려 지속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병원시설이 첨단화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 시장 규모는 3560억달러, 국내는 6조1978억원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각각 4.9%, 5.5% 늘어난 수치다. 국내 의료기기는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꾸준히 경쟁력을 축적했다. 수출 규모는 30억달러로, 1위인 미국과 비교하면 약 15배 차가 난다. 그러나 수출 순위 세계 14위로 잠재력이 충분하다. 연평균 성장률도 싱가포르, 멕시코 다음으로 세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력에 비해 국산 장비 도입이 더딘 이유는 선입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외산 장비에 익숙한 병원 입장에서 국산 제품이 기능이나 품질은 떨어지지 않지만 막연히 믿지 못하겠다는 인식이 강했다. 대형 병원에서 국산장비 도입 비중은 채 10%를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추천인증제에 기대를 거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인증제는 정부와 병원이 인증한 만큼 의료기관이 안심하고 도입해도 좋다는 의미다.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단순한 정부 인증만으로는 수요자인 병원이 선뜻 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형 병원이 인증제에 적극 동참하도록 시범 사업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인증제 수립에 만족하지 말고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꼼꼼한 후속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외산에 비해 경쟁력이 엇비슷한 국산 장비를 외면한다면 정부 역시 책임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