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장 늦게 진행된 보험업계가 최근 빅데이터 활용을 늘리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 사기 적발 시스템이 등장하는가 하면 이 정보를 이용해서 만든 상품만을 취급하는 보험사도 올해 안에 출범한다.
설계사 업무에도 빅데이터를 적용하면서 신입 설계사도 높은 수준의 업무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업계 처음으로 빅데이터를 활용, 장기 보상 리스크 심도 측정·난이도별로 배당하는 보험 사기 탐지 시스템(IFDS)을 오픈했다. 2011년에 구축한 시스템을 고도화한 것이다. 분석 시스템 전문 업체 큐핏, SAS코리아, KPMG가 참여했다.
DB손보가 구축한 IFDS는 리스크 유형의 185개 빅데이터를 분석·측정, 보상 담당자의 능력 수준에 따라 사고 건을 배당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스템 고도화로 기존 대비 배당률과 신속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DB손보 측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결과 배당률 적합도가 30% 개선, 보상 신속성이 30~40%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담당자가 일일이 확인하는 업무도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해진다. 과거 사고 발생 및 보험 사기 적발 데이터를 통합 분석, 보상 담당자에게 산출된 스코어 정보를 보여 준다. 보험사고 조사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보상 담당자의 업무 실수 및 착오를 줄이는 등 20% 업무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보험 산업에 빅데이터가 활용되는 시도는 최근 빈번하다. 한 예로 자동차보험의 블랙박스나 텔레매틱스 활용해 건강보험의 웨어러블 기기나 유전 정보 활용, 주택이나 홍수보험의 지오코팅 등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로 들 수 있다.
한화손해보험이 SK텔레콤, 현대자동차와 함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캐롯손해보험'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SK텔레콤 'T맵'에서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의 주행 거리에 따라 보험료가 달리 결정되는 '우버마일'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디레몬은 고객 보험계약 정보와 보험사 자체 보장분석시스템을 자동으로 연계, 고객이 보유한 모든 보험에 대해 최신 정보를 실시간 통합 조회하는 '레몬브릿지'를 운용하고 있다. 해당 보장분석 입력 자동화 프로세스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에게 제공돼 업무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업무 숙련성을 발휘하도록 지원한다.
보험사가 빅데이터 활용에 나선 것은 보험 산업 트렌드가 보장에서 예방으로 급변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더욱 정확하고 쉽게 소비자 위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정보는 향후 예방 위주 상품이나 프로세스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한화생명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카드사 정보는 생활밀착형 데이터가 많아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산업 트렌드가 보상에서 예방 위주로 바뀌면서 정보 활용 중요성이 어느 산업보다 커지고 있다”면서 “데이터 활용은 기존 보험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 창출로 이어지고,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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