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단이 M87 거대은하 가운데에 있는 ' 대질량 블랙홀' 이미지에 이어 영상 확보를 다음 목표로 제시했다. 우리 은하에 있는 블랙홀도 관측했으며 이를 분석한 이미지도 곧 발표할 계획이다.
EHT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연구진은 11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EHT 언론 설명회'에서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EHT 연구단은 전날 관련 논문 6편을 발표하고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그림자 이미지를 공개했다. 거대 질량 물체가 시공간을 왜곡시킨다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시각적으로 확인됐다.
세계 각국 전파망원경 8개로 구성된 가상망원경이 역할을 했다.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광년 떨어져 있고 무게는 태양 질량 65억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연구진단 수차례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 어두운 지역, 즉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M87 사건지평선이 약 400억㎞에 걸쳐 드리워진 블랙홀의 그림자보다 2.5배가량 더 작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단은 나아가 영상 확보에 도전한다. 전파망원경을 추가하고 관측기술, 소프트웨어(SW)를 개선한다. 영상을 통해 블랙홀 중심에서 일어나는 고에너지 물리 현상을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다.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NOEMA) 천문대, 그린란드 망원경(GLT) 그리고 킷픽(Kitt Peak) 망원경이 추가 참여한다.
정태현 천문연 전파천문본부 선임연구원은 “1단계 목표인 이미지 포착에 성공했고 2단계인 영상 포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8개 전파망원경 분해능은 한라산 정상에서 백두산 정상에 있는 사람 머리카락 한 올까지 분간 할 수 있는 정도로 망원경이 추가되면 훨씬 개선된 영상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영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연구소 박사는 “2020년도까지 3개 전파 망원경이 추가로 사업에 참여한다”면서 “훨씬 다양한 정보와 고해상도 자료가 쌓일 것”으로 내다봤다.
EHT 연구단은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또 다른 블랙홀 이미지도 곧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단은 2017년 M87과 함께 우리 은하 중심인 '궁수자리(Sagittarius)A'에 있는 초질량 블랙홀도 관측했다. 이 블랙홀은 지구와 2만6000광년 거리에 있다.
정 연구원은 “2020년 궁수자리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 제안서를 EHT에 제출했다”면서 “2017년 관측 자료 자료와 더불어 추가 분석 자료를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자오 광야오 천문연구원 박사후 연구원은 “우리은하 블랙홀은 M87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고 질량이 작아 에너지 현상이 적어 더 많은 관측 정보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번 성과의 노벨상 수상 여부와 관련해선 '지켜볼만 하다'는 평이다. 김종수 천문연 전파천문본부장은 “최근 노벨상은 대중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과학자에게 돌아가는 사례가 많다”면서 “블랙홀은 과학계는 물론 일반인까지 궁금해 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이번 발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된다면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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