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관장 허용범)은 임시의정원 의장과 국무령을 지낸 만오 홍진 선생의 손자며느리인 홍창휴 여사가 임시의정원 관련 기록물 44점을 국회도서관에 기증했다고 11일 밝혔다.
국회도서관은 임시의정원 관인과 홍진 선생 인장류는 전통 방식의 '인장함'을 별도로 제작해 영구 보존할 예정이다. 복제를 거쳐 이르면 5월부터 국회도서관 1층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 기념 전시실에 전시해 일반에게 공개한다.
문서류는 원본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사본을 제작한다. 학계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기록물 내용을 해제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홍창휴 여사는 전날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임시의정원 관인과 개인 인장류 등 임시의정원 관련 기록물 44점을 전달했다. 국회도서관은 이를 기증받아 보존한다.
주요 기록물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회 주석 선서가 눈에 띤다. 이 선서는 75년 전인 1944년 4월 26일 국무위원회 주석으로 선출된 김구 선생이 충성을 다해 조국광복과 민족부흥에 헌신할 것을 선서한 것이다.
선서인 김구 선생과 감서인(監誓人)으로 참여한 홍진 의장의 서명과 날인을 확인할 수 있다. 홍진 의장은 1944년 당시 김규식 부주석, 이시영, 조성환, 황학수 등 14명의 국무위원이 선서할 때도 감서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을 이번 기증기록으로 알 수 있다.
또 임시정부 국무위원회 김구 주석의 사임서도 있다. 이 기록은 1943년 9월 1일 임시정부 국무위원회 김구 주석이 임시의정원 의장에게 보낸 것이다. 본인의 재주와 덕이 부족해 중책을 맡기가 어렵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구 선생은 조선민족혁명당(일명 '민혁당')과의 갈등으로 주석직 사임을 발표했으나 주석에 다시 복직해 광복이 될 때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었다.
이 밖에도 대한제국 법부(法部)에서 발행한 홍진 전(前) 검사의 변호사 자격 인가장이 있다. 1904년 법관양성소를 졸업한 홍진 선생은 일제에 대항하는 의병 논고를 거부하고 검사직을 그만뒀다. 그 후 독립운동가를 변론하는 항일변호사로 활동한 인물이다. 법관양성소는 지금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연원이다. 제1호 검사가 헤이그 특사인 이준 열사이고 2호 검사가 홍진 선생이었다.
국내 학계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기록도 있다. 홍진 의장이 이승만 박사에게 보낸 루즈벨트 서거 애도 전문이다.
이 전문은 1945년 4월 12일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서거하자 홍진 의장이 이승만 박사에게 전보를 보내려고 작성한 초안이다. 같은 해 4월 16일 워싱턴 D.C.로 발송한 전보 영수증도 함께 기증됐다. 당시 임시의정원에서 물품 구매나 지출 시 영수증까지 기록으로 남겨 보존했음을 알 수 있다. 홍창휴 여사는 “미국 뉴욕 주에 위치한 루즈벨트 대통령도서관에 당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에서 보낸 조전문(弔電文)이 전시된 것을 보고 감회가 매우 새로웠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 기록들은 지난 1967년 3월 홍진 의장의 손자인 홍석주 선생이 국회도서관에 기증한 자료에서는 제외됐던 것이다. 이번 기록물 기증은 임시의정원 100년 역사의 결락을 메우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허용범 국회도서관장은 “과거의 역사를 지키고 복원하는 일을 더 이상 개인에게 맡겨서는 안 되며, 대한민국 의회정치의 100년을 맞는 지금이라도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창휴 여사께서 기증한 귀중한 사료는 대한민국 국회의 미래 100년을 견인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