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기술탈취를 근절하겠다고 천명했지만 법·제도 개선이 늦어지며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술탈취 예방을 위한 '기술자료 임치제' 활성화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국회가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발표한 후 위법 기업 적발, 관리 시스템 구축 등에서 일부 성과를 냈지만 법·제도 개선은 미흡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부터 총 3건(두산인프라코어, 아너스, 볼보그룹코리아) 기술탈취를 적발·제재했다. 기술탈취 금지 규정이 생긴 2010년 이후 7년간 실질 제재(과징금 이상)가 1건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중소벤처기업부도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기술자료 거래기록 등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작년 대책 발표 때 약속한 과제를 적극 추진 중이다.
그러나 법·제도 개선은 진전이 더디다.
정부는 지난해 대책에서 대·중소기업 간 비밀유지협약서(NDA) 체결 의무화, 소송 시 중소기업 입증책임 부담 전환·완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배상액 '10배 이내'로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위한 상생협력법 개정안 등은 수개월째 국회에 계류됐다.
당초 작년 하반기로 계획했던 '기술자료 정당거래를 위한 표준계약서 도입'은 관련 법(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아직 발의도 되지 않은 상태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은 상생협력법 개정과 함께 가야하는 사안”이라며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발의 계획에도 변경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탈취 예방 핵심인 '기술자료 임치제'도 기대만큼 활성화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는 기업 기술자료를 제3기관이 보관하고, 기술탈취 등 논란이 생기면 기술 개발·보유 사실을 입증해주는 제도다.
중기부에 따르면 기술자료 임치실적은 2016년 9467건, 2017년 9216건, 지난해 9513건으로 매년 큰 변화가 없다. 정부는 임치제 활성화를 위해 표준하도급계약서에 관련 규정을 두기로 했다. 공정위는 임치제 도입이 필요한 총 37개 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 중 5개에는 아직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기술탈취 근절에 대한 정부 의지가 작년보다 약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사례가 여전히 많을 것”이라면서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대책의 이행여부를 지속 점검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