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소설, 영화에서 인간은 거대 도시에서 비행택시(Flying Taxi)나 개인용 항공기(PAV, Personal Air Vehicle)로 자유로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존재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도심의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늘 길은 지상의 도로에 비해 막히거나 혼잡하지 않고 3차원 공간 여러 갈래 길을 가지고 있다. 또한 최단경로로 이동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왜 아직도 지상의 도로에서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고 있을까?
1903년 라이트형제의 인류 최초 동력비행 이후 항공공학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해왔고 전 세계를 빠르게 연결시켜 왔다. 1930년대 중반 항공기로 런던에서 싱가포르까지 가는 데 약 8일이 소요됐다. 하지만 제트엔진이 개발되고 고성능화 항공 기술의 발전으로 지금은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고 도착할 수 있다. 이러한 놀라운 기술 발달로 대륙 간의 이동은 편리해졌지만, 아직도 국내 도시와 도시 간 또는 대 도시의 중심에서의 안전하고 빠른 비행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항공관련 매니아들이나 연구소들이 도심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개인항공기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 새로운 이동수단 기술이 안전하게 실용화되기 전까지는 기존 수송수단 대비 경쟁우위, 즉 고성능, 저소음 등 장점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들이 개발한 기존의 개인항공기들은 기술적 성숙도가 충분치 않았고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또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엔진, 지상주행과 비행을 겸하는 듀얼모드로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등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개발열풍이 불고 있는 미래형 개인항공기는 도심용 공중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를 위해 활주로가 필요 없는 무공해 전기 동력 수직이착륙 항공기로 개발 중이다. 이런 개발열풍의 배경으로는 드론을 통한 분산전기추진, 자동 및 자율비행기술의 태동과 성숙, 우버와 같은 대형 운송 서비스 공급자의 사업화 의지 등을 꼽을 수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스타트업부터 에어버스, 보잉, 벨 등 기존 항공기 제작업체 뿐만 아니라, 아우디와 토요타 등 자동차업체와 인텔 등 전자통신 기업들도 이러한 사업에 투자를 하거나 직접 개발에 나서고 있다. 비행체 제작 업체인 에어버스는 브라질에서 모바일 기반 수요대응형(On-demand) 헬기 서비스를 수행하는 기업을 2018년도에 인수해 도심용 공중 모빌리티 시장 운항서비스에도 참여 하려고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00여개 이상의 전기 동력 수직이착륙 항공기가 개발되고 있다. 순항속도 기준으로 중국과 독일은 2020년대 초반에 저속 멀티콥터형 수직이착륙기를, 미국의 우버 등은 2020년대 중반에 고속 수직이착륙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상용화까지는 3차원 교통인프라 및 안전 등 여러 사안이 요구돼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동차를 대신해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스마트무인기 개발사업을 통해 세계 첫 번째로 1톤급 틸트로터 무인기 개발과 전기동력 수직이착륙 무인기 핵심기술개발 등을 통해 고속 수직이착륙 비행체 관련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 상용화 등을 통해 모터나 배터리 등 기술도 세계 수준급이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비행체에 적용되는 분산전기추진기술이나 자동 및 자율비행기술 등 비행체관련 핵심기술, 그리고 비행체의 실용화를 위한 국제적 인증 및 운항체계를 새로이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 국가적 로드맵으로 세우고 관련 역량을 모아서 우리나라의 미래 개인별 소득 4만불 시대를 맞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인 전기동력 수직이착륙 개인용 항공기를 개발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chlim@kari.re.kr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