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3차 정상회담' 꺼낸 북미 정상…대화 물꼬 트였으나 협상 이견 커 '장기전'

[이슈분석]'3차 정상회담' 꺼낸 북미 정상…대화 물꼬 트였으나 협상 이견 커 '장기전'

한미 정상이 북미 협상의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대화가 중요하다는데 공감대를 이룬지 하루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어 3차 북미정상회담을 꺼내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말 시한'으로 3차 북미정상회담 용의를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좋은 의견이라고 화답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최소한의 동력이 확인되면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멈췄던 북미대화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북한이 기존과는 다른 비핵화 협상 방식을 요구하면서 당장 협상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왼쪽부터)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왼쪽부터)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훌륭하다는 말이 정확할 만큼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매우 좋다”며 “서로가 어디에 서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지않아 핵무기와 제재가 제거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며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내용이 알려진 지 하루가 되지 않아 3차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 화답을 보낸 것이다. 북미가 비핵화 해법을 둘러하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해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을 넘어 남북미 3자회담 가능성까지 직접 열어뒀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을 아주 잘 알게 됐고 지금은 존경하고 있다”며 “남북미 3자 회담도 가능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3차 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자리였다. 김 위원장은 3차 회담에 대한 용의를 밝히면서도 '대화 시한'은 올해 연말로 못 박았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하루가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북미 정상이 연이어 3차 회담 개최에 긍정 입장을 주고받으면서 '톱다운 방식' 북미 대화가 지속될 여지를 남겼다. 여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13일 루이스 카스티글리오니 파라과이 외교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계속 대화를 나눠왔다”며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의 긍정적 시그널이 나옴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김 위원장은 협상 방식을 놓고 미국이 먼저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우리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고 했다.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일괄타결식 빅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이 자세를 바꿔야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전제를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요구에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비핵화 협상 방식 요구에 양측 협상이 당장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대치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말까지 북미 간 협상 결과물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김 위원장은 앞서 신년사에서 거론한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 이는 핵·미사일 실험 재개를 의미한다.

이제 앞으로 남은 시간은 8개월여 정도다. 북미뿐 아니라 남북미가 전략적 인내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내야 하는 장기적 과제를 떠안았다. 문 대통령이 조만간 추진하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합의안을 만들어 남북미 간 논의의 끈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중재자로서 결코 쉽지 않은 과제를 또 다시 부여받은 셈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양국 모두 입장을 당장 바꿀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당분간 대치국면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하더라도 성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당분간 도발 없는 대치국면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