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논의해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이 15일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파업 시 직장점거 규제를 권고하는 '공익위원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별도 입장을 피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박수근 위원장은 이날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파업 시 직장점거 규제 내용을 포함한 공익위원안을 발표했다.
공익위원안은 현행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2년)은 교섭 비용 증가, 노사 자율 교섭 기회의 제약 등 합리적 노사관계 형성에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또 사업장 내 생산시설 등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조업을 방해하거나 쟁의와 무관한 자 또는 일하려는 자의 출입, 조업, 기타 정상적 업무를 저해한 경우에는 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작년 11월 ILO 핵심협약 기준에 맞게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익위원안을 발표한 데 이어 경영계 요구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번 공익위원안은 경영계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했지만, 핵심 요구인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에 대해서는 파업의 실효성을 떨어뜨려 노동자 단체행동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현행 유지'를 제안했다.
공익위원안은 “현행법과 같은 대체근로의 포괄적 금지 규정은 삭제하되 파견 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 금지 제도는 유지할 것”이라는 사용자 추천 공익위원의 소수의견을 첨부했다.
박 위원장은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하는 건 현 시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점에 대해 공익위원 전원이 인식을 같이 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의 또 다른 핵심 요구인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처벌 규정 폐지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을 포함한 노동관계법 처벌 규정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당초 이달 초를 시한으로 잡고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으나 노사정 합의에는 실패했다. 공익위원안은 노사정 추천 공익위원이 합의한 것으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동의를 받지는 않아 사회적 합의로 볼 수는 없다.
이번 공익위원안에는 작년 11월 발표한 노동자 단결권 강화를 위한 공익위원안 내용도 포함됐다.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포함한 당시 합의는 그대로 유지됐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이번 공익위원안 발표를 끝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에 관한 논의는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권고한 방안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논의 결과에 대해 경영계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실체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총은 “단결권 확대와 관련한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는 경영계가 생산활동 방어기본권 차원에서 요구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과 반드시 연계돼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은 “공익위원만의 입장은 경사노위의 공식의견으로 채택되지 못한 상태로 공신력을 갖추지 못한다”라며 “경영계는 향후 추가적인 논의 과정에서 별도로 자체 입장을 피력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