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사의 디지털보]<7>디지털 春來不似春

[강박사의 디지털보]<7>디지털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꽃 피는 봄임에도 자신의 처지가 처량함을 한탄할 때 쓰지만 알고 보면 경영자가 깊이 되새겨야 할 모연수라는 인물의 사연이 있다. 모연수는 궁녀 초상화를 그려 황제에게 올리는 사람이었다. 전한의 원제는 궁녀를 일일이 볼 필요 없이 그 화첩을 보고 선택했다. 모연수는 자신에게 잘 보이거나 돈을 바치는 궁녀는 더 예쁘게 그리기도 했다. 절세미녀였던 왕소군은 모연수에게 잘 보이지 못한 탓에 추하게 그려졌고 황제의 눈에 띌 수가 없었다. 화친을 위해 오랑캐에게 궁녀를 시집 보낼 때 원제는 화첩만을 보고 예쁘지 않은 왕소군을 선택했다. 오랑캐 왕과 떠나는 날 왕소군의 아름다움을 직접보고 그제서야 모연수의 문제를 알게됐다. 척박한 땅에서 봄을 맞은 왕소군의 슬픔은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봄 같지 않구나'라며 당나라 시인 동방규에 의해 춘래불사춘이란 구절로 표현됐다.

'대리인 비용'이란 개념은 주주와 경영자 사이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어떤 역할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순간 대리인 비용은 반드시 발생한다. 주주로부터 권한을 부여 받은 회사 최고경영자는 다시 담당임원과 부서 책임자에게 많은 업무를 대리시킨다. 이들의 역할은 궁녀 초상화를 그려서 보고하던 모연수와 다르지 않다. 담당임원과 팀장 보고서는 화첩과도 같다.

향응이나 개인적 친분과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들이 디지털 관련 방향이나 솔루션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려서 보고 하느냐에 따라 최고경영자는 그 선택에 영향을 받는다. 또다른 변수는 인공지능(AI)과 챗봇처럼 특정 사안을 최고경영자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에 모연수 팀장은 관련 그림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기도 한다.

[강박사의 디지털보]<7>디지털 春來不似春

'현장경영'이란 대리인 비용의 위험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업 일선을 돌며 고객을 직접 만나보고 V.O.C를 확인하거나 공장에 내려가 생산부서 고충을 눈으로 확인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화첩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얼굴을 살피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산, 영업, 판매 등 많은 부서의 현장경영과 다르게 IT와 디지털 관련 과제는 모연수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복잡한 용어와 어려운 기술을 나열하며 전문성을 뽐내는 CIO들은 조직 내에서 쉽게 견제 받지 않는다.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데 최선을 다하며 경쟁사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 보다 낮은 비용이라는 것을 강조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디지털 담당임원은 다가올 미래와 트랜드를 강조하고 우리 회사가 뒤처지면 큰 일일 것 같이 느끼게 한다. 효과에 대해서는 욥기 8장 7절 말씀을 인용하며 지금 시작은 미약하나 곧 창대한 결과로 이어질거라고 말한다. 디지털 과제가 생각만큼 결실로 이어지지 않으면 IT 부서가 다시 주도권을 되찾아 가기도 하지만 모연수가 다른 화가로 교체된 것일 뿐이다. IT와 디지털 분야의 오래된 화가는 노화로 눈이 나빠지고 손이 떨려 정밀한 묘사를 할 수 없게 됐다. 젊은 화가는 눈이 밝고 그림의 기교는 훌륭하나 경험과 깊이가 없다.

디지털화를 위한 훌륭한 요소 기술이면서도 선택 받지 못하는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자.

[강박사의 디지털보]<7>디지털 春來不似春

첫째, 수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출력 후에는 정보를 변경할 수 없고 전달 정보량이 작아 한계가 있던 QR는 'Updatable-QR' 솔루션의 등장으로 QR 부착 후 정보를 부여할 수 있게 되어 프로세스 설계와 활용이 혁신적으로 변했다. 둘째, 특정 고객의 스마트폰에서만 작동하고 복사해도 다른 기기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Secure-Link'는 안전하면서도 편리하게 디지털 서비스 화면을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 필수 기술이 됐다.

이 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지만 화첩 외에서 정보를 구하지 않는다면 알 수가 없다. 춘래불사춘의 고사처럼 왕소군이란 미인을 직접 보았을 때 비로소 모연수 문제가 드러났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강태덕 동양네트웍스 대표 ted.kang@tongy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