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통합(SI) 업체 A사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약 2GWh 규모의 ESS 설비 가동이 지난 1월부터 중단되면서 월 평균 약 2500만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설계·조달·시공(EPC) 업체인 B사는 올해 ESS 사업 매출이 지난해보다 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60억원을 투자하고 직원도 30명 이상 채용했다. 그러나 신규 수주가 중단되면서 6개월 동안 직원 교육만 시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잇따른 화재 사고 여파로 국내 ESS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경북 경산변전소 화재를 시작으로 올해 초까지 20건의 사고가 잇따르면서 신규 ESS 프로젝트가 '올스톱'됐다.
지난 1월부터는 국내에 설치된 약 1500개 ESS 가운데 약 3분의 1이 멈춰 있다. 행정안전부가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ESS 가동을 중단시켰고, 이어 민간 기업인 LG화학도 자사 배터리가 적용된 수백여 곳의 ESS 가동 중단을 요청했다.
민간 기업은 일정 기간 ESS 설비를 운영해서 얻는 전기료 절감액을 받아 투자비와 운영비를 회수한다. 가동 중단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면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중소 업체는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 상환도 벅찬 상황이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피크저감용 및 재생에너지 연계형 ESS 가운데 정부 요청에 따라 가동을 중단한 설비는 현재 450개 이상, 전체 배터리 용량은 약 800MWh에 이른다. 가동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 규모는 월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LG화학 요청으로 가동이 중단된 ESS 설비 피해 보상 규모도 월 2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기회비용 손실이다. 각 사업 주체가 정부 방침이 나오기 전까지 신규 ESS 발주를 보류하다 보니 수주가 아예 끊겼기 때문이다. 일손을 놓은 기업은 매출 공백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도산 직전에 몰렸다.
관련 업계는 국내 ESS 산업이 동력을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출하량은 5.6GWh로 전 세계에서 47%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정체된 국내 상황을 틈타 한국 기업에 협력을 제안하고 나섰다”면서 “ESS 기술력에서 아직은 한국이 우위에 있지만 기술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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