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불명의 화재 사고 이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가동 중단율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재생에너지 전력 품질 향상을 위해 인센티브를 적용하면서까지 ESS 보급 확대를 추진한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5.0) 기간 연장을 포함한 ESS 활성화 방안 마련에 착수, 조기 발표를 통해 사업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17일 에너지 공공기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구축된 재생에너지 연계 ESS 총 1490대 가운데 781대가 가동 중단된 상태다. 이는 지난해부터 잇따른 화재 사고 이후 정부와 LG화학 요청에 따라 가동 중단된 재생에너지 연계 ESS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전체의 52.4%에 달했다.
이보다 앞서 정부는 올해 말까지 태양광 발전소에 ESS를 설치하며, 생산한 전기에 한해 REC 가중치 5.0을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가중치를 4.0으로 하향 조정한다. 풍력+ESS 연계 REC 가중치 역시 4.5에서 4.0으로 내린다. 이는 발전량이 동일하더라도 ESS를 설치할 경우 REC 수익을 최대 5배까지 보장해 주는 일몰형 인센티브 제도다. ESS 보급이 확산되면 부품·설치 등 비용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 가중치를 점점 축소하는 형태로 도입했다.
그러나 ESS 가동 중단 비중이 절반을 웃돌면서 정책적 지원(인센티브 혜택)을 정상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발전공기업과 재생에너지 업계는 정부에 REC 가중치 5.0 적용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ESS를 설치했지만 결국 정부가 ESS 가동 중단을 요청하면서 혜택은커녕 피해만 가중됐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태양광 발전업체 관계자는 “REC 가중치 5.0 적용으로 안정적 수익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판단, 태양광 연계 ESS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화재 사고로 가동도 못하고 세월만 허송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정부가 REC 가중치 5.0 적용 기간을 연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로부터 'ESS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어 걱정이 크다'는 의견을 전달 받았다며 관련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SS 화재 원인 규명 이전이라도 정부(안)이 확정되면 신속하게 발표, 재생에너지 연계 ESS 사업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연계 인센티브 구조(REC 가중치 5.0 기간 연장)를 포함해 ESS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세부 내용이 확정되면 지체 없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연계 ESS 구축 현황 및 가동 중단 비중] (자료:업계 취합)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