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지난해 2천3백억달러 이상의 매출과 100억달러의 순익을 달성했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차근 차근 성장하던 아마존은 2005년 런칭한 멤버십서비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 냈다.
아마존의 현재는 전세계 1억명 이상이 가입한 멤버십 서비스, 미국내 온라인 쇼핑 점유율 47%라는 수치로 설명 가능하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엎치락 뒤치락 하며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선 아마존, 20년 전의 그들은 어땠을까?
“이 업계에서는 규모가 중요하다” CNBC가 최근 공개한 1999년 제프 베조스와의 인터뷰에서 베조스가 강조한 말이다. 당시는 닷컴버블이 한창으로 투자자들의 모든 관심이 인터넷 기업에 집중되던 시기였다.
사업 5년차에 접어든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에서 장난감, 전자제품 판매로 사업을 확장하며 물류센터 등 인프라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고 있었다. 당시 투자자들은 인터넷이 물질적인 투자 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플랫폼이라는 믿음에 열광하고 있었고, 이베이 등 당시 잘나가던 인터넷 기업들은 모두 중계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모델을 따르고 있었다.
이 인터뷰에서 질문자는 "아마존이 순수하게 인터넷 회사는 아니지 않냐”고 언급하는데, 이는 아마존이 순수하게 플랫폼 비즈니스에 머물지 않고 물질적인 인프라와 인력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베조스의 대답은 자신이 넘쳤다. 오히려 아마존이 3천명 이상의 직원과 4백만 제곱피트 규모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물류센터는 고객들이 주문한 상품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며 end-to-end 고객경험(처음 단계에서 끝까지 고객의 모든 경험을 모두 총괄해서 관리한다는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6분 남짓한 인터뷰에서 베조스는 고객(customer)이라는 단어를 17번이나 반복하는데, 인터넷 쇼핑이라는 개념이 아직 자리잡기도 전에 베조스는 이미 인터넷 쇼핑이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고객경험을 설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고객 경험을 높이기 위해 베조스가 생각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물류인프라의 구축이었다.
아마존이 지금의 시장 점유율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이다.
연회비 119달러의 멤버십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은 미국 가구의 63%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프라임 멤버십 가입자는 일반 회원에 비해 아마존에서 2.3배 더 구매한다고 한다.
설문에 따르면 이러한 멤버십 가입의 가장 큰 이유로 '2일 무료배송(48%)’이 꼽혔는데,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도 차를 타고 가야하는 지역이 많은 미국의 지형과 구조를 생각하면 그 이유가 납득 가능하다.
셀렉션과 가격으로 승부하며 초창기 아마존과 경쟁하던 이베이를 점유율(6.1%)에서 한참 따돌리고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가질 수 있게된 데에는 아마존이 ‘배송’이라는 방법을 통해 정교히 설계한 고객경험이 바탕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고객경험을 높이는데 필요한 인프라 구축은 장기적이고 돈이 많이 드는 과정이다. 아마존이 첫 흑자를 달성한 시기는 창립 10주년이 되던 2003년에 이르러서다. 그 10년간 아마존이 기록한 손실은 30억달러, 약 3조가량에 달한다.
이 3조의 대부분은 막대한 물류인프라 투자에 쓰였고, 그 투자가 적중했음을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10년 연속 적자’ ‘누적 적자 3조원’이라는 비난을 뒤로하고 아마존이 뚝심있게 밀고나간 덕분에 공룡 아마존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베조스가 90년대 말 부터 고객경험, 물류의 중요성을 강조한데 반해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가격에 기반한 경쟁에만 몰두해왔다. 배송 등 고객 서비스가 고객을 끌어들 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2014년 로켓배송의 런칭 이후 정도부터다.
최근 업계에서 들려오는 온라인 신선식품 경쟁, 새벽배송 경쟁, 오프라인 유통사의 온라인 투자 등의 기사들은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이제서야 고객경험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커머스 관련 기사에 쿠팡, 롯데, 이마트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역시 물류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최상의 고객경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드는 투자가 필요하다.
과연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누가 아마존만큼 뚝심과 인내력을 가지고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가장 먼저 이룰 기업은 누가 될까? 113조 온라인 쇼핑 시장에 역대 가장 흥미진진한 싸움이 시작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