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 기술의 선봉장으로 무사고 주행 비전 실현을 위해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안전벨트·에어백·ABS·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me)·PRE-SAFE는 벤츠가 최초로 개발한 대표적인 안전 기술이다. 특히 올해는 ESP의 근간이 되는 '다이내믹 핸들링 컨트롤' FDR 시스템을 개발한 지 25주년이 된다.
1994년 3월, 벤츠는 스웨덴 아르예플로그(Arjeplog)에서 보쉬(Bosch)와 공동 개발한 '다이나믹 핸들링 컨트롤 FDR 시스템'을 공개했다. 얼어붙은 호르나반(Hornavan) 호수 위에 마련된 서킷에 2대 시험용 차량을 선보였는데, 해당 시스템이 장착된 한대는 타원형의 서킷 코너에서 방향 안전성을 유지한 반면, 장착되지 않은 다른 한대는 차체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이나믹 핸들링 컨트롤 FDR 시스템은 1년 후인 1995년 차체자세제어장치인 'ESP'라는 이름으로 플래그십 럭셔리 쿠페인 'S600 쿠페(C 140)'에 처음 적용, 출시됐다.
ESP는 1998년부터 A-클래스에 기본 적용됐고 이후 2011년부터는 점진적으로 확대 장착돼 현재는 전 모델에 기본 사양으로 제공 중이다.
ESP 기술 개발의 시작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벤츠는 1978년 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 ABS와 1985년 가속 스키드 컨트롤 'ASR'을 이용해 최초로 전자식 시스템을 통한 다이내믹 드라이빙 프로세스 제어를 시작했다. 이후 1995년에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인식하는 센서(스티어링 각도 센서), 차가 옆으로 미끄러지는지 여부를 인식하는 센서(횡 가속 센서), 차량의 수직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과정에 있는지를 인식하는 센서(각속도 센서)등의 다양한 센서들은 차체자세제어장치 ESP의 토대가 됐다.
ESP는 차량이 제어력을 잃은 위험 상황에서 운전자를 돕는다. ESP가 위험한 주행 상황을 감지하면 상황과 필요에 따라 하나의 바퀴 혹은 여러 바퀴에 제동을 걸고 나아가 엔진 토크도 자동으로 조절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ESP는 코너링이나 갑작스런 회피 동작에서 다시 한번 운전자가 차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도록 돕는다.
벤츠는 이 기술을 1995년에 세계 최초로 플래그십 모델인 'S-클래스'의 럭셔리 쿠페인 'S600 쿠페(C140)'에 기본 사양으로 장착했다.
이후 S-클래스 세단(W140)과 'SL 로드스터(R129)'에도 적용됐고, V형 12기통 모델과 V형 8기통 모델에 각각 기본과 옵션 사양으로 제공됐다. 1997년 메르세데스-벤츠는 체계적으로 좀 더 정교하게 ESP 표준 장비를 만들었고 이후 1998년 A-클래스를 시작으로 기본 장착됐다.
2009년, 유럽 연합 의회와 집행위원회가 2011년 11월부터 유럽 내 모든 승용차에 ESP 장착을 의무화 하는 것을 지시했다. ESP의 도입은 사고율을 줄이기 위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2008년 독일보험협회(GDV)는 보고서에서 모든 자동차가 ESP와 같은 제어프로그램을 장착 한다면 매년 독일에서만 약 3만7000건 상해 사고와 1100건 사망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SP는 벤츠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콘셉트로 개발된 어댑티브 브레이크, 능동형 차선이탈방지어시스트(ALKA), 능동형 사각지대 어시스트(ABSA), 교차로 어시스트(CTA), 다운힐 스피드 레귤레이션(DSR), 다이내믹 코너링 어시스트(DCA) 등 다양한 주행 안전 보조 시스템의 기반이 되고 있다. 벤츠는 지난 1886년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Motorwagen)' 발명 이후 130여년 동안 자동차 기술 선봉장으로 다양한 혁신을 선보이며 자동차 미래를 제시해 왔다.
본격적인 안전 관련 연구에 돌입한 1939년부터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안전벨트와 에어백과 같이 수동적 안전 시스템 분야는 물론, ABS와 ESP와 같은 전자식 지원 기술에 기반을 둔 능동적 안전 시스템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이후 모든 벤츠 차량에 운전자와 탑승자 그리고 보행자까지 모두를 고려하는 '통합적 안전 시스템'구현을 핵심 철학으로, 자동차 안전 분야의 진보를 이끌어 오고 있다.
지난 2002년 S-클래스를 통해 최초로 선보인 탑승자 사고 예방 안전 시스템 프리-세이프(PRE-SAFE) 기술은 통합 안전 시스템의 대표 예다. 능동적 안전 시스템을 통해 사고 징후를 파악하고 이 정보를 수동적 안전시스템에 공유해 작동하도록 하는 기술로, 자동차 안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지난해 출시된 더 '뉴 S-클래스'에는 양산차에 적용된 기술 중 최고 수준인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과 안전 기술의 결합으로 완성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DAPP)가 탑재됐다. 이는 2013년 최초로 선보인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시스템의 최신 버전으로 보다 정교하고 안정적인 반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며 무사고 주행의 실현을 위한 더욱 진일보한 시스템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