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브랜드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3시리즈는 이런 브랜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아이코닉 모델이다.
1975년 1세대 출시 이후 3시리즈는 세대 변경을 거칠 때마다 스포츠 세단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3시리즈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550만대 이상 판매됐다. 스포츠 세단 교과서라 불릴 만큼 많은 브랜드가 동급 차량을 개발할 때 철저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차량이기도 하다.
7세대로 다시 한번 진화한 뉴 3시리즈를 타봤다. 지난해 대규모 리콜 악재를 겪은 BMW코리아의 본격적인 시장 복귀작이다. BMW가 올해 내놓을 신차 가운데 뉴 3시리즈로 올해 첫 공식 미디어 시승행사를 치른 것은 이 차량이 갖는 특별한 상징성 때문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을 출발해 경기 양평까지 도심과 국도, 고속도로 등 왕복 200㎞의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뉴 3시리즈 성능을 체험했다.
차체는 한눈에 봐도 기존 모델보다 확연히 커졌다. 전장은 76㎜ 길어진 4709㎜, 전폭은 16㎜ 늘어난 1827㎜, 전고는 6㎜ 높인 1435㎜에 달한다. 휠베이스는 41㎜ 길어진 2851㎜로 더 넉넉해진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앞에서 보면 커진 키드니 그릴이 눈길을 끈다. 주행 상황에 따라 그릴을 자동으로 여닫는 액티브 에어스트림 키드니 그릴은 새로운 BMW 아이콘이다. 풀 LED 헤드램프를 적용한 눈매도 날카롭다. 측면은 역동적인 한 쌍의 캐릭터 라인과 사이드 스커트 라인이 차체를 입체적이고 날렵하게 보이게 한다. 후면 디자인도 L자형 LED 리어램프와 커진 더블 배기파이프를 적용해 차체가 넓어 보이는 느낌을 준다.
뉴 3시리즈 실내 디자인을 담당한 김누리 BMW그룹 디자이너는 “뉴 3시리즈는 정밀함과 우아함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BMW만의 디자인 언어를 적용했다”면서 “절제된 캐릭터 라인으로 현대적이면서도 간결한 디자인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실내도 새로워졌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한 운전석과 넓은 조수석이 돋보인다. 주행 시 운전 집중도를 높이도록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위치를 세밀하게 조정했다. 12.3인치와 10.25인치 대형 고해상도 스크린 2개가 서로 이어지는 듯한 디스플레이 구조도 독특하다. 공조장치와 버튼, 기어노브, 엔진 스타트 버튼 등도 기존과 완전히 다른 BMW만의 새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해 조작성을 높였다.
국내에 출시한 뉴 3시리즈는 가솔린과 디젤 두 가지 엔진을 탑재했다. 시승차는 디젤 엔진에 8단 변속기를 결합한 뉴 320d다. 2.0ℓ 4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은 4000rpm에서 190마력의 최고출력과 1750~2500rpm까지 40.8㎏·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기존 세대보다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정숙성이다. 정차 시나 주행 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디젤 엔진임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소음은 물론 진동도 잘 억제해 운전대나 시트에서 큰 떨림을 느낄 수 없었다. 승차감도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힘은 넘친다. 1640㎏ 차체를 이끌기 충분한 가속력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원하는 만큼 쉽게 속도를 높여 앞 차량을 추월할 수 있다.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은 6.8초에 불과하다.
BMW답게 정교한 핸들링 감각도 일품이다. 가파른 고갯길에서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면 흐트러짐 없이 정확한 라인을 그리며 탈출한다. 속도를 높이면 묵직해지는 운전대로 고속 주행 시 안정적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잘 달리는 만큼 민첩한 제동력도 갖췄다.
연비는 기대 이상의 수치를 보여줬다. 연비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달렸지만, 시승 후 확인한 실제 연비는 공인 복합연비 14.3㎞/ℓ(도심 13.0㎞/ℓ·고속도로 16.2㎞/ℓ)보다 우수한 16.3㎞/ℓ를 기록했다.
다양한 운전자 주행 지원 시스템은 뉴 3시리즈 상품성을 높이는 요소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시스템은 도심 제동 기능을 포함해 충돌 및 보행자 경고 기능을 탑재했다. 이 기능은 보행자와 사물 외에도 자전거 운행자를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최신 기능을 포함한다. 스톱앤고 기능을 갖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경고, 차선 변경 경고 시스템,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을 지원하는 등도 적용했다.
후진 어시스턴트 시스템은 차량 진입 시 이용했던 동선을 그대로 따라 최대 50m까지 자동으로 후진할 수 있는 기능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기존 모델보다 75% 이상 커져 동급 최대 크기를 갖췄다.
시승으로 경험한 뉴 3시리즈는 스포츠 세단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주행성능을 극대화하면서 프리미엄 세단으로써 품위를 높이려는 BMW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차량이었다. 시승차인 디젤 모델 뉴 320d 가격은 5320만~5620만원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