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우리나라 기계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력 산업 성장은 기계산업 혁신이 바탕이 됐다. 제조 기술을 거듭 혁신하지 않으면 완성품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시장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한국 대표 수출상품 뒤에는 묵묵히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땀 흘린 기계산업이 있었다.
한국 기계산업은 새로운 50년을 향한 성장 길목에 서있다. 그동안 외산에 의존하던 기계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하고 일반 기계의 경우 수출 주력 품목으로 성장하는 등 양적 질적으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계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부품·소재, 제조업 경쟁력 바탕을 이루는 금형·용접 등 뿌리산업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기계 제품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이를 형성하는 근간이 튼튼하지 못한 것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기계산업 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 대비 86%로 아직 선두그룹에 속하진 못했다. 선진국과 비교해 생산기술은 비교적 선두 수준에 근접했으나 부품소재 기술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 흐름에 걸맞은 미래 성장전략과 구체 실천방안이 부족한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전통 제조업에 첨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개인 맞춤형 생산 시대로 변해야 할 필요성은 알지만 기술 한계, 인식 부족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기계산업은 디지털 제조혁신, 스마트공장 도입 확산을 발전 방향으로 삼고 있다. 첨단 기술설비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데이터 기반 운영 전략도 요구된다.
최형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 기술 제품이 탄생하려면 기계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계=전통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전방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제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인 만큼 이 분야 중소·중견기업과 부품·소재, 뿌리산업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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