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계열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의 '내부거래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초점은 대기업의 IT 서비스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자발적 일감 개방' 유도에 맞춰졌다. 동시에 효율성·보안성을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는 문제도 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본지 1월 16일자 2·4면 참조>
공정위는 실태 파악과 내부 검토를 거쳐 하반기 종합 개선 대책을 내놓는다. 대형 IT 서비스 기업은 공공입찰 참여 제한으로 사업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시스템통합(SI) 기업과 계열사 간 내부 시장 고착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공정위는 실태 파악 대상 SI 기업을 시스템 통합·구축만이 아니라 IT컨설팅·시스템관리를 포괄한 IT 서비스 기업 전반으로 설정했다. 삼성SDS, SK주식회사 C&C, LG CNS 등 60개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수십개 IT 서비스 계열사가 분석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 용역 제안 요청서를 확인한 결과 공정위는 “IT 서비스 업종의 내부거래 비중이 지속 높게 나타나는 등 대기업집단 계열 중심의 폐쇄적 시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특히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로 대기업이 부당한 경쟁 우위를 얻게 되고, 역량 있는 독립·중소기업의 성장 기회가 제약될 우려가 있다”면서 “부당 내부거래 근절, 독립·중소기업에 공정한 사업 기회 제공을 위해 IT 서비스 현황에 대한 종합 실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계열·비계열사 간 계약방식(경쟁입찰·수의계약), 계약내용(계약금액·대가산정방식), 내부시장 형성 경위, 하도급 여부 등을 분석한다. 대기업 계열사가 계열 IT 서비스 기업과 거래하는 것이 타 계열이나 독립·중소 IT 서비스 업체와의 거래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비용 절감 등 효율성 증대 효과가 명백하게 인정되는지 분석한다. 타 계열의 IT 서비스 업체 등과 거래 시 영업 활동에 유용한 정보 등이 유출돼 경제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하는지 여부도 살핀다.
대기업의 높은 IT 서비스 내부거래 비중이 불가피한 것인지 판단해서 자발적 일감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목표를 뒀다. '일감 개방'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강조해 온 사안이다. 공정위는 제안요청서에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일감 개방 방안 예시로 △단순 유지보수업무 부문 분리 발주 △제안서 평가지표에 계열회사에 유리한 요소 반영 비율 조정 △내부거래위원회 실질적 운영을 제시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효율성·보안성 조항 개선에도 초점을 맞췄다. 공정거래법상 효율성·보안성·긴급성이 인정되는 거래는 일감 몰아주기 금지 규제를 적용하지 않지만 일각에선 IT 서비스 기업이 이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 파악을 거쳐 하반기 종합 개선 대책을 내놓는다. 올해 업무 보고에서 관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황을 파악해 제도를 개선할 게 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면서 “대책은 연구 용역 결과뿐만 아니라 내부 검토 등을 바탕으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IT 서비스 기업은 공정위의 움직임에 우려를 밝혔다. 열악한 국내 경영 환경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IT 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IT 서비스는 특성상 내부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2013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으로 대기업의 공공입찰 참여가 금지돼 국내 사업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규제가 더 확대돼선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