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여행사에게 특정 예약시스템만 이용하도록 강제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여행사들이 특정 GDS(Global Distribution System)만 이용해 항공권을 예약하도록 강제한 아시아나항공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4000만원을 부과했다고 18일 밝혔다.
GDS는 항공사와 여행사를 연결해 여러 항공사의 항공권 예약·발권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국내에선 애바카스(현재는 세이버), 아마데우스, 트래블포트 등 3개 사업자의 GDS가 주로 이용된다. GDS 사업자는 여행사로부터 정액의 시스템 이용료를, 항공사로부터 여행사의 시스템 이용량에 비례해 예약·발권수수료를 받는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6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여행사들에게 애바카스의 GDS를 이용해 자사 항공권을 예약하도록 요청하고 위반 시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부터 자사 항공권은 애바카스 GDS를 통해서만 발권할 수 있도록 애바카스와 독점계약을 맺고 예약수수료 할인혜택을 받고 있었다. 여행사가 애바카스 이외의 GDS를 이용해 예약하면 항공권을 발권하기 위해 '가예약'이 발생해 수수료가 추가 발생한다. 여행사가 예약과 발권을 각기 다른 GDS로 할 때 최초 예약한 GDS에서 발권할 GDS로 예약기록을 이동시키는 것이 '가계약'으로, 이 경우 항공사는 GDS 사업자에게 가계약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유태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여행사가 애바카스를 통해서만 예약하도록 해 가예약 수수료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면서 “반면 다른 GDS를 이용하고 있던 여행사는 해당 GDS로부터 수취하는 높은 장려금, 시스템 편의성 등을 포기하고 애바카스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같은 해 10월 1일 아시아나항공은 이런 행위를 중단·시정했다.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으로 금지한 '거래상지위남용 중 구입강제'로 판단하고 향후 행위금지명령과 통지명령을 내렸다. 과징금은 위반 기간이 비교적 짧고, 실제로 여행사에게 페널티가 부과된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4000만원으로 산정했다.
이 과장은 “여행사들은 GDS를 자유롭게 선택할 의사 결정 자유가 제한됐고 장려금 수익을 포기하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가격, 서비스에 기반한 GDS 간 공정한 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