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연구기관에서 센서 기술을 다수 개발하고 있지만, 이들이 사업화에 성공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더 많은 센서 기술이 사업화에 성공하고, 우리나라가 세계에 기술력을 뽐내는 기회가 확대되길 바랍니다.”
김희연 나노종합기술원 나노구조기술개발부장은 나노구조에 기반을 둔 물성 관련 센서를 다루는 연구자이자, 이들 상용화를 위해 기업을 돕는 조력자다.
연구자로서는 특히 센서 분야에 치중하고 있다. 센서 개발에 집중한 계기는 학생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예전 재료공학을 공부했는데, 특성 측정에 활용하는 계측기와 센서가 전부 수입 제품인 것을 보고 우리나라 현실에 아쉬움을 느끼게 됐다”며 “이때부터 직접 센서를 만들자는 목표를 갖게 됐다”고 과거를 돌이켰다.
논문에만 목숨 걸기보다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을 구현하고 싶다는 욕구도 그를 센서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후 성공 사례를 다수 배출했지만, 숱한 실패도 겪었다. 센서 개발에 성공해도 해외 기업 제품에 밀려 끝내 실패하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연구개발(R&D)과 사업화 사이 간극은 컸다. R&D 단계에서 새로운 소재와 설계, 공정을 개발해도 이후 패키징, 양산시설 확보, 신호처리기술 확보 등이 어려워 해외 기술이나 시설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 뼈아팠다.
김 부장은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2017년 말 '센서팹'을 구축했다. 정부를 설득해 200억원 규모 시설과 장비를 확보하고 그동안 개발한 플랫폼 기술을 적용했다.
그가 산파 역할을 한 센서팹은 기업이 설계기술만 확보한다면 이를 활용해 완제품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제반 요소를 지원한다.
이후 센서팹은 기업 사업화를 적극 지원해 트루윈의 적외선센서를 비롯한 3건의 사업화 성과를 이뤘다. 트루윈이 사업화한 센서는 해외 특허에 구애받던 '저항체'를 비정질 실리콘으로 구현하고 활용한 국내 최초 센서다. 김 부장이 기술을 개발했다.
김 부장은 센서팹 운영에 힘쓰는 한편 새로운 센서 연구에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중국이 저가 센서 개발 분야에서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우리나라 센서 분야가 살아남으려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밖에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면 센서를 비롯한 제조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우주, 국방, 항공 등 극한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센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자기술도 대안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양자기술을 적용해 손목 위에 올릴 수 있는 원자시계 개발도 진행해 개발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당연히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김 부장은 “앞으로도 공학자로서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며 “센서 기술 국산화뿐만 아니라 양자기반 극한센서 분야에서 세계 1등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