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노 그룹이 일본의 닛산자동차에 '경영 통합'을 제안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자동차 3사 연합'의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르노 그룹이 이달 중순 닛산차에 경영 통합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르노가 이 같은 제안을 한 시점은 닛산차가 지난 8일 주주총회를 통해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그룹 회장을 이사로 선임한 직후다. 르노의 제안은 사실상 닛산차를 흡수 통합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르노는 닛산 주식의 43.4%를, 닛산차는 르노 주식의 15%를 상호 보유하고 있다. 르노가 상대방의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닛산은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 현재 자동차 3사 연합의 경영권은 르노에게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닛산차 측은 르노의 경영 통합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르노 측의 제안도 바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는 기술력이나 차량 생산 규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닛산차를 이용해 경영 기반을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닛산 측은 경영권에 이어 소유권까지 르노에 넘어갈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일본 검찰이 작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 등의 혐의로 3사 연합의 수장이던 카를로스 전 회장을 체포한 것과도 관련이 깊다.
곤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는 곤 전 회장이 르노와 닛산차의 통합을 추진하려 하자 닛산차의 일본인 경영진이 검찰에 곤 전 회장의 비위 정보를 주며 '반란'을 일으켰다는 '쿠데타설'이 퍼져 있다.
곤 전 회장이 물러난 뒤 닛산차는 권력을 분산하는 경영위원회 체제를 도입해 르노의 입김에서 벗어나려는 구상을 구체화해왔다.
니혼게이자이는 곤 전 회장의 체포 후 르노와 닛산차가 경영권 갈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는 6월 닛산차의 정기 주주총회를 계기로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닛산차가 주주총회에서 일본인 경영진인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의 연임을 시도할 계획인데 르노 측이 반대해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