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시행되는 증권거래세 인하를 앞두고 자본시장 과세 체계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스닥 대주주에 대한 주식양도차익 과세 완화, 증권거래세의 양도소득세 전환 등 자본시장 불합리한 과세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요구가 뜨겁다. 세제 당국에서도 장기 차원의 개편 가능성을 열어뒀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협회는 최근 기획재정부에 코스닥 상장법인에 대한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내용의 정책 건의를 전달했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내년 4월 이후부터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율이 2% 이상이고 시가총액 10억원을 넘는 경우에는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대폭 강화된다. 현행 시가총액 15억원 기준이 10억원으로 대폭 낮아지고, 세율 역시 현행 20%에서 과세표준 3억원 초과 지분부터는 25%가 적용된다. 2021년 4월부터는 시가총액 기준이 3억원까지 낮아진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에 주식양도소득세 강화 기조는 정책 당국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과 상반된 방향”이라며 “특히 대주주 요건 강화 등 급격한 제도 변화는 잠재적으로 코스닥 상장 유인과 활성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기업의 이런 불만은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 아닌 인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증권거래세 폐지 없이 단순히 양도소득세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3일부터 코스피, 코스닥 등 증권시장에 적용되는 증권거래세는 0.05%포인트 낮아진다.
실제 이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주식시장 관련 바람직한 세제개편방안 세미나'에서도 이런 지적이 이어졌다.
문성훈 한림대 교수는 “중장기 주식과세체계 방향 설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과세불투명성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적어도 증권거래세 폐지 또는 존치에 따라 양도소득세 과세 제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주식과세체계에 대한 방향설정만이라도 빠른 시일 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금융투자업계를 거들어 증권거래세 폐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운열 의원 등 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회는 “증권거래세 폐지 없이는 이중과세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서 “복잡한 현행 과세 체계를 손질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세제 당국에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결국 증권거래세 단계적 폐지로 과세 체제가 재편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같은 속도로 주식양도소득세가 강화 일변도를 이어간다면 결국 정부에서도 이중과세 문제 해결을 위해 폐지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세방식에 대한 재검토와 병행해 손익통산 등 주요 과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재부 측은 “현재로서는 당초 예고된 증권거래세 인하를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당과 업계 의견을 다각도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