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나는 최고'라는 생각이 가장 필요”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나는 최고'라는 생각이 가장 필요”

“4차 산업혁명 등 세상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오히려 기술보다도 '나는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나는 최고'란 생각은 우월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계속 스스로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어려움에 부딪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나 또한 많은 난관에 부딪치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든 적이 많았지만, 계속 열패감이 내 몸과 정신을 지배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졸 출신으로 9급 공무원에서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거쳐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 회장은 공부보다 자기 자신을 빨리 알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사회는 좋은 대학만을 가기 위해서 암기만을 잘하는 사람을 만드는데 급급하지만,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는 과거에 배웠던 것을 적용할 수 없다”며 “오히려 자기를 잘 알고, 어떤 분야를 잘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된 사회 통념 때문에 안타깝게도 4년제 대학을 마치고, 전문대로 유턴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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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장

-전문대에 유턴 입학생이 늘고 있다. 왜 그런가.

▲만학도와 성인재직자 현황을 보면 지원자는 2019학년도 7268명으로 2017학년도 대비 1271명이 늘어났다. 실제 입학자도 1740명으로 2017학년도 1559명 대비 181명이 증가했다.

직업교육을 원하고 또 그것이 필요한 계층은 학령기 학습자만이 아니다. 사회가 급변하고 평균수명이 늘어 일해야 하는 나이가 길어질수록 수요가 모든 연령대로 확대되고 있다.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이 긴밀하게 연계된, 평생교육 차원의 단계별 직업교육 설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로 돌아온 유턴 입학자들과 얼마 전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일반대학에서 전문대학에 온 것은 '다운그레이드'가 아니라 삶의 위한 '업그레이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록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인생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본연의 역할을 더 잘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유턴 입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학으로 발전했다는 점에 큰 책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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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전문대학이 위기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학령인구 감소는 일반대학뿐만 아니라 전문대학도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모든 전문대학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만, 특히 지방 소규모 전문대학이 느끼는 상대적인 절박함과 소외감은 매우 크다.

현재 국내 학령인구는 2000년을 기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학 진학 고려 대상자인 18세 학령인구가 2000년 82만6889명에서 2010년 69만7847명으로 10년 만에 13만명이나 줄었다. 급기야 2020년에는 50만126명, 2030년에는 44만837명, 2040년에는 43만2391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미달 상황은 지방 소재 일반대학, 수도권 전문대학, 지방 소재 전문대학 순으로 뒤로 갈수록 치명적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문대학은 다른 지역에서 신입생을 유인하기도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지방 전문대학 몰락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학교 주변경제는 물론이고 지방기업 인력 수급에도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실제 전문대학 졸업생이 지역 산업체에 취업하는 비율이 82.2%이라는 사실은 지역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추 인력이 바로 전문대학 인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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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할 대안 무엇인가.

▲지방 전문대학의 문제는 국가뿐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대책을 고민해야 할 과제다. 물론 뼈를 깎는 대학 자체의 자구노력을 전제해야 한다. 결국 이를 해결할 전문대학의 방안은 사회 변화에 발맞춰 산업체가 요구하는 우수한 현장맞춤형 인재를 양성·배출해 스스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전문대학의 장점인 높은 취업률을 비롯해 짧은 수업연한으로 인한 빠른 입직 시기, 저렴한 등록금, 사회변화에 대한 탄력적 적응성과 큰 수용성, 직무능력중심 교육체제, 긴밀한 산학연계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지역산업에 밀착한 특성화를 통해 전문대학의 사회적 필요성을 증명해야 한다. 전문대학 자체의 쓸모와 매력을 높여 교육 수요자의 소구력을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

동시에 전문직업교육 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학교 안 학령기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 밖 학령기 학습자와 성인학습자를 포괄하는 평생교육 차원으로 전문대학의 역할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서구사회처럼 직업교육을 원하는 사람은 연령과 계층을 막론하고 전문대학에서 길을 찾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책은 전문대학 자구노력으로만은 한계가 있다. 현재 정부의 고등직업교육정책에서는 여전히 전문대학과 직업교육(평생교육)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 전문대학이 위기 속에서 다양한 길을 모색하고 있을 때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이에 대비한 전문대학의 노력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로 인공지능(AI), 로봇, 스마트카, 드론,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이 유망 기술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디지털 영역 등 신산업 분야 고등기술인력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기계로 대체 가능한 저숙련 기술직에 대한 인력 수요는 급속히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일반적이다.

전문대학은 4차 산업혁명과 초고령화시대를 대비해 '뉴 칼라' 인재 양성을 기본 대안으로 설정하고 있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IBM 최고경영자 버지니아 로메티는 인공지능시대에는 수많은 일자리가 '블루칼라(작업현장 노동자)'나 '화이트칼라(전문 사무직)'가 아닌, '뉴 칼라'에서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 칼라는 전문기술역량뿐만 아니라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문제해결능력 등 소프트스킬을 갖춘 4차 산업혁명 인재를 뜻한다.

따라서 전문대학은 현재 지능로봇과, 드론과, VR콘텐츠과와 같은 첨단분야와 노인케어창업과, 애완동물관리과와 같은 휴먼케어전공들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안전 대비 재난건설안전과, 한류문화 확산을 위한 K-POP과와 한옥건축과 같은 이색전공 개설도 전문대학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곤충을 산업화하기 위한 곤충산업과와 수사의 과학화를 위한 과학수사과와 같은 전공도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반드시 필요한 틈새 분야로 이 학과들을 통해 뉴 칼라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고자 하고 있다.

소프트스킬교육을 비롯한 기초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유통기한이 2년도 채 안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학교 안 학습만으로 급변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학습의 전이능력을 키워 스스로 학습하면서 진화해 나갈 수 있는 학습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개별대학과 전문대교협 차원에서 기초학습과 전공기초능력을 강화해 학생이 학교 밖에서도 변화에 대한 수용성과 탄력성을 키우도록 노력하고 있다.

-큰 틀에서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국가가 주도하는 체계적인 직업교육 추진이다. 직업교육은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이다. 이것이 국가가 나서서 직업교육 비전을 제시하고 청년취업과 평생직업교육을 지원하는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청년에게는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주고 전직자와 실업자, 경력 단절자에게는 인생 2·3모작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체계를 마련해주는 희망사다리가 되기 위해선 충분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정부와 교육부에 '직업교육진흥법'과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교부금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정책이 필요하나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에서 각각 다른 직업교육정책을 추진하는 중복·혼란으로 인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직업교육 육성에 한계가 있다.

또 교부금법을 제정해 직업교육진흥법 추진에 대한 안정적인 소요 재원을 확보하고 범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제공해야한다. 평생직업 수요자도 경제적 부담 없이 필요에 따라 직업교육을 받아 실업과 빈곤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사회안전망도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역점 업무와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전문대교협은 전문대학 입학자원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시·도 교육청과 공동 입시설명회와 입학정보박람회를 확대하고 입학정보 콘텐츠 개발, 유학생 유치 기반조성 등을 추진한다. 이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전문대교협과 136개 전문대학의 목표이자 지향점이다.

전문대학 경쟁력 제고와 기능 확대 차원에서 고등직업교육 정책·개발 연구, 교직원 연수 내실화와 학생의 기초학습능력 진단 및 향상 지원 강화 등에 힘쓸 계획이다. 전문대학 대국민 인식개선을 위해 시의성에 맞는 미디어 홍보와 주요 정책현안에 대한 대응과 협력, 소통도 꾸준히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자리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제도와 지원의 한계를 정부·국회와 협의해 풀어내고자 한다. 그 시작은 전문대학과 교육부 간 고등직업교육 체계화를 위한 정책 태스크포스(TF)다. 이 정책 TF의 논의 수준을 심화·확대하고, 도출된 대안을 현실적으로 제도화하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 길이 다소 힘들겠지만 풍경도 좋고 동반자도 생기는 아름답고 멋진 여정으로 진행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기우 회장은…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거제교육청 행정서기보로 공직을 시작한 지 40년 만인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학벌위주 사회에서 실력만으로 인정받았다는 평을 듣는다.

2006년 7월 인천재능대 총장에 취임했으며, 2010년 9월부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인천재능대를 꾸준히 개선했다. 이 학교를 정부재정지원사업 9관왕, 수도권 취업률 5년 연속 1위 등 전국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끌어올렸다. 이 회장은 2023년까지 인천재능대 비상경영체제 운영을 선포하고 또 한번 개혁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장은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업부 대리의 마음과 자세로 전문대 교육 현장을 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실, 진실, 절실'이란 3가지 마음을 갖고 전문대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 결코 이뤄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1967년 부산고등학교 졸업하고 공직에 입문한 이 회장은 1994년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석사, 2001년 경성대학교 대학원 교육학박사, 2003년 한국해양대학교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12월 근정포장, 1985년 12월 대통령표창, 1985년 12월 녹조근정훈장, 2002년 12월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정리=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