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 조치를 중단하면서 한국도 이란 원유를 수입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전자업계에 단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미국에 맞대응할 경우 업계가 겪는 비용 상승 압박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 금지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중국, 일본,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인도, 대만에 예외적으로 적용됐던 이란산 원유 수입길이 막히게 됐다. 당장 내달 2일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을 지난해 기준 4.9%까지 줄였다. 이란 원유 수출이 막히면서 국제유가는 인상되고 있지만, 원유를 직접 취급하지 않는 전자업계에서는 당장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사태로 기업 경영에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면서 “이로 인한 경영 전략 수정이나 비상경영과 같은 별도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이란 원유 수입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시장 불안으로 국제유가는 오름세”라면서 “이란의 세계시장 비중을 감안하면 국제유가가 뛰더라도 80달러 선을 넘진 않을 것이다. 정유업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겠지만 전자업계에 미치는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유가가 큰 폭으로 뛰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 주요 수송경로로 세계 원유 수송량 3분의 1을 차지한다. 실제 이란 당국은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문 수석연구원은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 유가가 이란 원유 수입 금지보다 훨씬 크게 상승할 것”이라며 “이란 당국이 실제로 이를 실행한다면 국내 산업계가 받는 비용 압박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내 경제에서 에너지 다소비업종 비중이 크고, 원유에서 파생되는 원자재가 워낙 다양하다. 유가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유가 상승은 결국 발전, 플라스틱과 같은 원자재, 물류 등 비용상승으로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