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가방인가, 전자제품인가. 이제까지 이런 백팩은 없었다.
진명수 타바바 대표가 개발한 LED스마트백팩 '베누키'를 보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백팩 전면에 LED전광판이 달려있다. 스크린 위에는 네온 색상의 그림이나 글자가 번쩍번쩍 빛난다.
지난주 17일부터 19일까지 2박3일간 청계산오라카이호텔에선 K-ICT멘토링센터가 제공하는 'PSS(Planning Startup to Scaleup)교육'이 이뤄졌다.
총 27개사 스타트업 대표와 10여명의 멘토들이 2박3일간 밤낮없는 토론을 벌였다. 창업 중반기에 들어 사업계획을 장기적으로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컨퍼런스룸에 등장한 진명수 대표의 제품을 보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제품의 핵심 아이디어와 향후 사업계획 등 10여명의 선배기업가 '멘토'들이 날카로운 지적을 했고, 진 대표는 초등학생용 백팩과 광고플랫폼 사업계획 등을 침착하게 답변했다.
진 대표는 야간에 퀵보드나 자전거 등을 타다 사고를 많이 당하는 사례를 보며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퀵보드 유통일을 하던 그에게 가방에 LED조명 등을 달아 개조하는 일을 요청하는 사람이 늘면서 백팩 개발에 뛰어들었다.
잘 나가던 사업을 접고 2016년부터 3년간 백팩 개발에만 매달렸다. 전 세계 유명 백팩은 다 뜯어봤다. 제품이 완성되고 이달부터 본격적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올해 1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예상했다.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펭귄'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바도 있다.
백팩을 개발한 진 대표는 창업을 네 번한 연쇄창업자다.
회사를 창업해 성공한 경험도 실패한 경험도 있다. 사업경험으로 인해 다른 곳에서 강연을 나가기도 하는 진 대표가 이번엔 '교육생(멘티)'로 '케이글로벌(K-Global) 창업멘토링'사업에 지원했다.
진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와 제품력만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할 자신은 있었다”면서 “더 큰 성공을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번 기회를 통해 나 자신과 사업을 돌아보는 '비타민'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K-ICT멘토링센터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표는 참가기업의 '스케일업'이다. 교육이라고 해서 일방적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아니다. 이날 'PSS교육'에는 평균업력 5년차의 기업들이 참여했다. 진 대표처럼 회사 창업을 여러번 한 사례도 있고, 이미 해외진출에 성공한 기업도 있다. 공통된 고민은 '성장 가속도'다.
클라우드솔루션 '클라우다이크'를 개발한 ASD코리아는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그룹인 텔콤과 거액의 투자·판매 계약을 맺었을 정도로 해외에서 인정받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0억원의 매출을 올린 ASD코리아의 목표는 '제이커브(급성장)'이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고객 타깃을 옮기면서 실제로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
이선웅 ASD코리아 대표는 “멘토들이 사업을 해본 분들이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고객사들과 연결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풍부하게 가진 것이 가장 좋았다”면서 “이미 한 곳의 고객사와 미팅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클라우다이크는 드롭박스, 구글드라이브와 같은 외산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서비스로 이선웅 대표가 과거 LG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했던 경험과 노하우가 모두 반영됐다. 이 대표는 '제52회 과학의 날 및 제64회 정보통신의 날'기념식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국무총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 고객사를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멘토들에게서 여러 고객사를 소개받아 기대가 크다”면서 “여러 창업프로그램에 참여해봤지만, 네트워킹을 통해 사업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민하기도 한다.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음의숲 박성희 대표도 반려동물을 위한 신사업 출시를 앞뒀다. 마음의숲은 심리상담, 직무스트레스, 성격검사 등의 교육 및 힐링프로그램 사업으로 이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는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다.
최병희 K-ICT창업멘토링센터장은 “2박3일간 멘토는 물론이고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과도 치열한 토론과 피드백을 나누며 회사에 대한 '종합진단'을 받게 된다”면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은 당장 눈앞에 해야할 일에만 쫓겨 다닐 가능성이 높은데, 이 과정을 통해 스케일업 성장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