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쇼크'…정부 "경제부양 정책수단 총동원"

우리 경제가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쇼크'를 기록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3% 감소하며 마지노선 '1%'선까지 무너졌다. -0.3%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정부 지출이 줄고 설비투자·수출 부진 삼중고가 본격화됐다.

반도체 수출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관련 설비 투자는 내년까지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경기 대응에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다.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산업 혁신으로 경제 활력을 높이고, 추가 과제를 발굴해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을 방침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1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하고 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1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5일 '2019년 1분기 실질 GDP' 속보치를 통해 1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7년 4분기(-0.2%) 이후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들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4분기(-3.3%)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8% 성장에 그쳤다. 2009년 3분기(0.9%)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4분기 정부 지출이 정점을 찍은 데 따른 기저 효과가 발생했다. 4분기 성장률(1.0%)은 정부 기여도가 1.2%포인트(P)인 반면에 1분기에는 -0.7%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그동안 내수를 뒷받침하던 정부 지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여도가 같은 기간 -0.3%P에서 0.4%P로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한은은 여전히 민간 부문의 성장 모멘텀은 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10.8%)는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제조용 설비와 액정표시장치(LCD) 설비 투자 감소가 주원인이다. 구글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데이터센터 설립을 미루면서 반도체 설비 투자가 타격을 받았다. LCD 설비 투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중국 정부 공세가 본격화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 경기 조정 여파로 수출은 2.6% 감소했다. 수출의 21%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4개월 연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ICT 수출은 전년 대비 16.3%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성장 흐름이 전망 경로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의 올해 전망치(2.5%)를 달성하려면 2분기 1.5%, 3분기 0.8~0.9%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기대할 만한 반등 요인이 없다. 반도체 경기 회복 시점도 하반기가 아닌 내년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ICT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늘리더라도 현재 가동률이 악화된 상태여서 생산 능력을 바로 확대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올해까지는 설비투자 부진 흐름이 이어지고 내년이 돼야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2분기부터 성장률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정책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서 성장률 전망(2.6~2.7%)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홍 부총리는 “오늘 국회에 제출하는 추경으로 투자·수출 활성화 등 선제 경기 대응 과제를 적극 뒷받침하겠다”면서 “기존에 발표한 경제 활력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기업 투자 환경 개선에 각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하반기에 집중 추진할 필요가 있는 추가 과제를 발굴,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