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한 지 26일로 100일을 맞는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도 규제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돕기 위한 제도다. 어린아이가 '샌드박스' 안에서 마음껏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것처럼 기업에도 일정 조건에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주는 개념이 '샌드박스'다.
지난 1월 제도가 시행되자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규제 샌드박스 신청이 잇따랐다. 도심 지역 수소충전소와 에너지마켓플레이스 등 규제 장벽을 넘지 못하던 신기술·서비스가 승인 받았다.
일각에서는 규제 법률 자체를 개정하지 않고 일정 기간과 조건 아래 면제·유예한다는 점에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률 개정에 앞서 기업에 시장 진입의 물꼬를 터 주는 게 규제 샌드박스 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성과는 긍정적이다.
물론 이 정도로 만족할 일은 아니다. 지난 100일 동안 현장에서 규제 샌드박스 신청과 문의가 급증하면서 대응이 늦는 문제가 발생했다. 규제 샌드박스로는 허용됐지만 관련 규정과 현장 지침·기준은 바뀌지 않아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애를 먹는 일도 있었다.
규제가 복잡한 만큼 이를 해소하는 일도 단발성 조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해당 규제와 맞물린 제도 전반을 개선하고, 나아가 규제 시스템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 규제를 만들기보다 없애는 것이 어려운 현 구조로는 곤란하다. '담당하는 규제가 많을수록 힘이 있다'는 일선 공무원의 그릇된 인식도 바꿔야 한다.
이낙연 총리가 25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당부했듯 규제 샌드박스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자리 잡는데 또 다른 장애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지난 100일 동안 규제 샌드박스의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앞으로는 이를 통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는 것이 관건이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 사례를 늘리고, 실제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로 연결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자세로 규제 혁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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