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규모로 커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안전한 배달 시장 환경 조성을 이유로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배달업계는 혁신을 가로막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업계 간 소통 부재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배달 앱 업체에 안전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배달기사가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도중 후속 배달 주문을 받을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라는 것이 골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 현행법 적용을 배달 종사자로 확대한 것”이라며 “이륜차 사고 증가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는 안전과 관련한 사안이어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배달 앱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논의 과정 없이 내려진 결정이라며 수긍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입법예고에 앞서 지난 2~3월 관계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노동계와 7번, 경영계와는 11번 대화를 나눴다. “수시로 만나 이견을 조율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퀵서비스협회와도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배달 앱 업계와는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퀵서비스와 배달 앱을 유사 사업 영역으로 본 결과다.
배달 앱 업계는 퀵서비스와 달리 식음료(F&B) 시장에서 주로 활동한다. 음식점 주문 발생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 동시 다발적으로 불특정하게 일어난다. 배달기사는 항상 전용 앱을 켜놓고 활동한다. 주문 처리 횟수를 늘려야만 수입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주문받은 음식을 싣고 가다가도 이동경로가 겹치는 다른 주문이 뜨면 묶음 배송에 나서는 것이 보편화됐다.
정부는 이 점을 위험하게 인식하는 반면에 업계는 지나친 기우라고 반박한다. 버튼을 한 번 눌러 주문을 수락하는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구조라는 논리다.
해당 법이 시행되면 배달 앱 업계는 직격탄을 맞는다. 배달기사 이동경로를 계산, 묶음 배송을 효율화하는 데 맞춰진 기술 개발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배달기사 수입 감소도 불가피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식 의견 수렴 절차는 입법예고 후 이뤄진다”면서 “(배달 앱 업계) 의견이 들어오면 적극 검토, 필요한 사항은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달 앱을 향한 규제는 지속 만들어지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이물 통보' 의무가 부과된다. 음식에 비닐이나 금속 같은 이물이 들어갔다는 고객 항의가 접수되면 신고 정보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반드시 전달해야 한다. 안전성을 높이자는 취지이긴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 전망이다.
올해 배달 앱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배달의민족 앱을 통한 거래액만 5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이륜차는 44만6000대다. 이 중 10만대가 배달용이다.
구태언 린·테크앤로 부문장은 “여론이 충분히 수렴되도록 입법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면서 “입법예고라는 고압적 장치가 아닌 다양한 경로를 개설해 행정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